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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가을이다 친구야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11.28 10:20 수정 2025.11.28 10:22

김 청 자 ( 패션 디자이너 김청자 부티크 대표)

거리의 가로수가 우수수 가을잎을 흩날리면 일상에 찌든 도시인들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며 마음은 숲으로 달아난다. 창밖의 건조한 가을이 어느새 나를 칠보산으로 데려간다.
 

어린 시절 가느다란 다리로 깡충거리며 뛰어오르던 칠보산, 그 숲은 지금 오묘한 단풍의 향연으로 얼마나 영덕 고향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을까? 그때 함께 깔깔거리며 그 숲을 누비던 친구들이 많이 곁을 떠났다.
 

양자야 저 잘 있는 거지? 하늘이 얼마나 좋아서 그리도 일찍 가버렸단 말이니? 이 좋은 가을 좀 더 함께 하고 천천히 갈 것이지, 나는 올해도 네 생각에 눈물을 훔치며 영덕 고향에 꽁치 젓갈 사러 간다. 네가 보내 주던 꽁치 젓갈로 담근 고향 영덕 김치가 얼마나 먹고 싶던지 아무리 바빠도 손수 담가 먹고 있단다.

그 시절 그 김치 배달돼 오는 것을 본 서울 친구들이 우리들의 우정을 얼마나 부러워하면서 그 김치를 먹었는지 친구는 다 모를 거다.
 

이제 네가 떠나고 나니 그 자랑으로 우쭐댈 일도 없고 가을이 되어 여인들이 김장 걱정으로 심란해질 때면 나는 고향 영덕으로 그 꽁치 젓갈을 사러 간단다. 옥계의 맑은 물은 아직도 잔잔해서 명경같이 곱건만 우리들 고운 얼굴은 언제 이리 골이 깊어졌단 말이냐? 그래도 그 옥계의 거울에 내 얼굴 비춰보고 올 거다.
 

칠보산 그 숲의 오묘한 가을 절경을 내 둔필로는 적어 낼 도리가 없어 그냥 나만 마음으로 즐기련다. 이번에는 다리가 좀 힘들어도 초입에라도 가보고 와야겠다. 영덕은 지금 가재미가 한창이라 관광객들이 입호사와 눈호사를 함께 하는 내 고향 영덕으로 몰려가면 좋으련만 어떤지 모르겠다. 내 고향 영덕 어른들도 많이 친절해지셨으니 온 나라 관광객들 영덕 가을 보러 가소, 참말로 좋습네다.
 

나도 어서 가서 영덕 가재미 물회 한 사발 먹고 꽁치 젓갈 김치에다 김이 나는 뜨거운 밥 한 공기만 비우고 와야겠다. 친구랑 함께 놀던 그 골목도 걸어보고 푸른 하늘 배경 삼아 붉은 색 잔치 벌인 감나무도 올려보고 어머니 분주하던 옛 집도 둘러보면 친구 생각 엄마 생각 조금은 잠재울까?
 

가을과 김장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은행잎을 보면 여인들은 이 가을에 샛노란 배춧속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새빨간 고춧가루는 붉은 단풍잎 쏟아질 때 겹쳐 지나가지 않니? 친구야 제 생각도 지금 나와 같은 거지?
 

그런 감각 없었다면 그리도 맛있는 김치를 담가낼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한껏 푸른 하늘에 살짝 낀 흰 구름은 잘 다듬어 놓은 쪽파를 연상시키니 그 김치도 뺄 수 없네. 여인들은 어쩌면 이런 재미로 그 힘든 일들을 평생 하며 사는 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무리 바빠도 여인임에 틀림없는 모양이다. 이 김치 저 김치 공연히 버무려 먹고 싶구나 그리고 옛 친구들 모일 수만 있다면 큰 상을 앞에 두고 함께 웃고 먹고 싶다. 그런데 어이하랴 너무 일찍들 곁을 떠나 버렸구나 이제 남은 친구들이라도 자주 보며 살아야겠는데 그 또한 쉽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이번에 고향 가면 친구들도 좀 만나보고 싶은데 몇 명이나 볼 수 있을지 그것도 미지수다. 팔십을 넘겼으니 하나같이 여기저기 아프다는 소리만 입에 달고 사는 신세가 되어 그렇다. 그래도 살아있음 감사하니 자주 만나 볼 일이다. 양자야, 친구야 이 가을에 우리 이렇게라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이 가을 함께 즐기고 잘 살아가는 고향 영덕 축하하며 즐겨 보자. 지난 봄 산불 흔적 지금도 가슴 아프지만 그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송이가 우리 영덕 고향 분들 이마 주름 조금이라도 펴 주었으니 감사밖에 드릴 일 없다. 하늘에서도 기도해 주었을 테니 친구에게도 감사 한다.
 

친구 생각으로 이 가을 활짝 핀 마음으로 고향길 달려가니 천하에 친구밖에 좋은 것이 또 있으랴. 친구야 고맙다. 꽁치 젓갈 김치에 푹 빠지게 해준 은혜 내 잊지 않을게. 고맙다 친구야.
 

내 고향 영덕은 생각할수록 멋지고 좋은 곳이다. 바다의 풍부한 어족이 있고 아름다운 산수가 함께 있으니 이보다 복된 땅이 어디 흔할까? 사랑스러운 내 고향 영덕, 소중한 내 고향 영덕, 고마운 내 고향 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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