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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넘치지만 사유는 부족하고, 연결은 많지만 대화는 빈곤하다. 눈은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여러분도 느낀 적 있지 않은가. 하루 종일 정보를 쏟아내고 받으면서, 정작 내 안의 소리는 점점 희미해지는 순간 말이다.
이럴 때 필자는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공자는 말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삶 속에서 곱씹고 익히며 내면으로 가져가는 기쁨. 오늘의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서도'때로 익히는' 여유를 잃어버린 듯하다. 뉴스 알림과 SNS 스크롤 속에서, 정작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살피지 못한다.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과잉의 부작용은 이미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AI 필터버블로 시야가 좁아지며, 온라인 관계는 피상적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사고 능력과 민주적 토론 문화가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다시 묻고, 반성하는 힘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질문을 던지게 하며, 인간의 존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고전을 읽으면 과거의 지혜와 마주하고, 철학적 사유를 하면 당장의 이익을 넘어선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가장 강력한 길이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초연결 사회를 자랑하는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디지털 인프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낮은 행복지수, 치열한 경쟁, 흔들리는 자아 정체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기술과 경제 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공유하고, 스스로 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화면 속 정보를 쫓는가, 아니면 내 안의 생각을 길러내는가. 잠시 멈춰 서서 오래된 문장을 곱씹고, 사색 속에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그 순간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고요를 되찾는 길이다.
결국 인문학은 낡은 전공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가장 미래적인 공부다. 화면 속 수많은 정보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우러나는 사유와 질문을 길러내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자산이다. 피로를 넘어 지혜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다시 책을 펼치고, 고전을 읽고,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기술의 시대일수록 인문학은 사치가 아니다. 생존의 조건이다. 우리가 인간답게 남기를 원한다면, 잠시 멈추고, 질문하고, 사색하라.그리고 화면 너머, 자신과 마주하라. 그것이 디지털 피로의 시대에 우리를 지탱할 단단한 힘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