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기고

[아침을 여는 초대시] 종이접기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3.11.10 08:17 수정 2023.11.10 08:19

방 종 헌

나 어린 손주와 

손 어둔해진 내가 종이접기를 한다


조막손에서 펼쳐지는 우주에는

어긋난 틈이 많아 행간이 넓어졌다


굽어버린 손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팽창하는 종이들의 우주 속 운신이 어둔하다


날개가 비뚤어져 

분홍 학이 균형을 잃는 순간이다 


뛰어오를 뒷다리에 힘이 풀린, 

느슨한 노란 개구리가 기울어 있다


모두 소리가 없어 더 긴장되는 아픔이 쏟아진다. 

무너진 꽃밭에 어질러진 저 종이 꽃비, 아프다


떨림의 흔적이 남지 않는 바지 저고리를 접고

어차피 뭉개질 동서남북을 접고


시선을 돌려 동서남북을 여닫으며 놀자

동으로 다섯, 남으로 둘. 헛간에 뜬 달이 나올까


잿독에 담긴 별, 낫 두엇, 호미 두엇, 화려한 만병초 


굽은 손가락 위로 병꽃이 핀다.

 

▶약력

●대구문학 회원. 영덕문인협회 회원.

●시집: 『석류가 있는 골목'(2019)』 『동해푸너리'(2023)』



저작권자 고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