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린 손주와
손 어둔해진 내가 종이접기를 한다
조막손에서 펼쳐지는 우주에는
어긋난 틈이 많아 행간이 넓어졌다
굽어버린 손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팽창하는 종이들의 우주 속 운신이 어둔하다
날개가 비뚤어져
분홍 학이 균형을 잃는 순간이다
뛰어오를 뒷다리에 힘이 풀린,
느슨한 노란 개구리가 기울어 있다
모두 소리가 없어 더 긴장되는 아픔이 쏟아진다.
무너진 꽃밭에 어질러진 저 종이 꽃비, 아프다
떨림의 흔적이 남지 않는 바지 저고리를 접고
어차피 뭉개질 동서남북을 접고
시선을 돌려 동서남북을 여닫으며 놀자
동으로 다섯, 남으로 둘. 헛간에 뜬 달이 나올까
잿독에 담긴 별, 낫 두엇, 호미 두엇, 화려한 만병초
굽은 손가락 위로 병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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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 회원. 영덕문인협회 회원.
●시집: 『석류가 있는 골목'(2019)』 『동해푸너리'(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