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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이만한 나라에 사는 기쁨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3.08.18 11:21 수정 2023.08.18 11:23

김 청 자 패션 디자이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친구의 들뜬 목소리가 오래도록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어지며 마치 내가 직접 겪은 것처럼 즐겁다. 어제 광화문에 나갔다가 잼버리에 참가했던 외국 스카우트일행을 만나서 우연히 민간외고 한 장을 펼치게 되었다면서 약간 흥분 된 것 같은 친구의 목소리는 한 톤 높아지며 종달새처럼 경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오늘이 광복 78주년이라 더 기쁘다는 것이 친구의 첨언이다. 

 

광화문에서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건넸더니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면서 괜찮다고 좋았노라고, 오히려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대꾸를 하는데 진심인 것 같아 안심이 되면서 준비부족으로 실망시켜서 미안하다,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기 바란다고 악수하며 인사 했더니 아니라고 정말 좋았다고 답하는 그들과 악수하고 헤어졌는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는 친구의 웃는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 대표라는 그들과 짧은 대화지만 사과해서 기뻤고 진심어린 한국에 대한 감사의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는 친구는 우리나라 가 이만큼 대응할 수 있어서 기쁘고 망신은 했지만 이런 큰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감사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오늘이 우리나라 광복절이잖느냐는 말로 목소리는 또 한 번더  옥타브가 올라갔다.

 

그래 우리나라가 꿈에도 그리던 광복을 맞은 지가 어언 78주년이고 대한민국을 어엿이 건국한지도 75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꿈에도 상상 못했던 민족분단의 비극을 당하고 6.25전쟁으로 강토가 유린당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오늘의 우뚝한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친구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오늘이 광복절이잖느냐 고 외치는 심정에 100% 동감이다.

 

세계의 스카우트들이 각각 귀국길에 오르느라 인천공항은 한없이 붐비고 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스카우트들의 밝은 표정에서 그들이 그래도 흡족하게 시간을 보내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인 건 사실이다. 이만한 나라를 만들기에 얼마나 힘이 들었던가?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속담을 굳게 믿고 싶다. 이번일의 시시비비는 여기서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나라가 나서서 정리를 할 것이니 그렇게 믿고 기다릴 뿐이다. 다만 비온 뒤에 따이 굳어진다는 속담도 그야말로 굳게 믿고 싶다. 

 

압제에 신음하던 식민치하에서 꿈같이 맞이한 광복, 그 순간 우리 부모님들 가슴이 터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 아침 나도 들뜨는 기분을 느낀다. 스카우트 들에게 민간외교 한 토막 한 것 같다고 저렇게 좋아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이렇게 좋으니 빼앗겼던 나라를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을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으랴. 철없던 나이라 그 감격을 모르는 우리세대도 나이가 들 수로 광복의 참의미와 감사의 마음이 깊어지면서 가슴을 파고든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광복절이면 방학 중이라도 학교에 나가서 기념식을 하고 시가행진을 했다. 지금 꼭 그렇게 다시 해야 된다고 고집할 수는 없지만 무언지 좀 너무 무심하게 지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은 여전하다. 기념식을 방송으로 보고 참여할 수야 있지만 어딘지 그저 하루 잘 놀 수 있는 휴일 정도로 생각하는 타성에 젖은 부분은 없는지 깊이 돌아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각 지방마다 마을 마다 그 고장의 독립유공자의 사진을 붙이고 기린다든지 그분들의 활동상을 여러 방법으로 전하는 일들을 광복절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영덕에도 신돌석 장군의 이야기를 우리 학생시절에는 귀가 닳도록 듣고 또 들었는데 요즘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계속 하고 있다면 군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우러를 것이며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영덕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림으로서 민족정기를 드높이고 우리의 광복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이기도 하기에 꼭 실천하기 바란다. 

 

정장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멋스럽게 실어 내는 디자인을 구상하며 옷감을 꺼낸다. 캐주얼이 아닌 정장이어야 광복절의 막중한 무게를 상징할 수 있을 것 같아 정장을 구상하였다. 국기가 갖는 딱딱한 이미지를 어떻게 희석시키면서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그러면서 근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아아 이런 고민은 얼마든지 해도 좋을 것 같다. 경제가 회복되고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함에서 풋솜처럼 부드러워지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디자인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아아 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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