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차츰 멀어지고 있다. 교정의 느티나무에는 잎사귀가 이제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3층 교실에서 바라본 운동장은 겨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생기를 잃은 잔디는 누렇게 누워서 저무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무는구나 생각하며 혼자 멍을 때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행사 하나 남아 있으니,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다가오는 12월 3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필자는 아득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험을 모두 치르는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였다. 더군다나 대학은 본고사까지 치르는 경우가 많아서 힘든 수험생활이었다. 필자는 농촌에 있는 중학교를 졸업하였고, 연합고사를 치르기 위하여 대구로 가야했다. 그 당시에는 오늘날 대구광역시가 경상북도에 속하여 있었다. 그래서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연합고사를 치러서 정한 커트라인 점수를 받아야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필자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일가친척 어른 편으로 시험을 보러 대구에 갔다. 그 친척 분께는 필자의 친구가 있어 함께 시험을 보러 갔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시험에 떨어지고 나만 합격해서 본의 아니게 송구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믿을 수는 없지만,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본인의 자식과 더불어 남의 자식을 함께 시험을 보러 가면 자신의 자식은 떨어진다는 말이 유행하던 때여서, 아버지와 필자는 한동안 친척 어른과 친구를 대하기가 껄끄러운 적도 있었다.
시험은 변수가 많다. 필자의 친구도 공부를 꽤 잘 했는데, 커트라인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실력인데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시험을 잘 보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시험은 힘들다는 것이다. 자율학습실에서 낮을 밤 삼아, 밤을 낮 삼아 공부하는 고3 수험생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고교 시절이 떠올라서 애처로운 생각이 많이 든다.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걱정은 매한가지다.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의 마음도 타들어갈 것이다. 지난 12년간의 결과를 하루에 결정한다는 것이 더 큰 짐이 될 것이다.
입시철이 되면 꼭 따라오는 것이 입시한파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시험 날짜가 늦추어진 만큼 날씨의 변수도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수험생들과 부모님들은 사전에 잘 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시험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과 종사자들 또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한층 복잡해진 수험장에서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이런 분기위 속에서 우리들이 자주 하는 말은 “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그렇다. 모든 일들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일은, 우리 앞에 닥친 입시를 그냥 지나게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소중한 결실로 맺게 하는 것이다.
그 알찬 결실을 위하여 오늘도 학업에 매진하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