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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 전역에 내걸린 '최대 5억 원 포상금' 현수막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가 금권 선거 의혹이라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관내 9개 읍·면에 금품선거 신고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자수하면 과태료 면제, 신고하면 포상금 최대 5억 원'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일반적인 선거 홍보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강한 표현이다.
선관위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내건 배경에는 최근 국민의힘 군수 공천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계도성 홍보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를 앞둔 영덕 지역사회에 금품 제공과 향응, 조직 동원 등 불법 선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공개 경고에 가깝다.
선관위가 '자수'와 '신고'를 동시에 강조한 것은 불법 행위에 가담했거나 이를 알고 있는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영덕군수 선거를 둘러싼 지역 분위기는 엄중하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거론되면서 민심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천권이 민심보다 앞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권 선거 의혹까지 더해지며 지역 정치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금품선거 의혹은 단순한 선거법 위반 문제가 아니다. 돈이 표심을 왜곡했다는 의심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린다.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따져야 할 선거가 조직과 금품에 좌우됐다는 인식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의지를 꺾는다. 지역의 명예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말하는 사람에게는 보호와 이익을 주고, 숨긴 사람에게는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영덕 정치가 바로 선다"며 "본선이 치러지기 전에 의혹의 실체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말뿐인 공정이 아니라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와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에서도 본선 전에 선거 환경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이 공약 경쟁에 나서기 전에 공천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부터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되면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당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거리의 '5억 원' 현수막은 영덕 정치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낸다. 동시에 구태를 끊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선택하는 절차다. 이 과정이 돈과 압력, 조직 논리에 오염됐다는 의혹을 받는 순간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수사당국과 선관위는 제기된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신고자 보호와 포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정당 역시 공천 과정의 공정성 논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히 해소해야 하고,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영덕이 이제껏 치러온 '돈 선거'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진실 규명이 먼저다.
군민이 다시 당당하게 투표소로 향하려면 선거가 공정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현수막의 경고는 이미 거리 위에 걸렸다. 이제 남은 것은 관계 기관의 행동과 지역 정치권의 책임 있는 응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