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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은 포항·영덕·울진으로 이어지는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육지의 폭은 내륙까지 약 160km 남짓이지만, 바다 쪽으로 나가면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약 380km까지 이어진다. 단순 비교만 하더라도 경북은 육지 못지않은 거대한 해양공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영덕과 울진은 "바다를 가진 도시"를 넘어 "바다로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바다를 주로 수산업의 공간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바다는 해운·물류·에너지·관광·과학기술이 융합되는 새로운 성장공간이 된다.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해운과 항만을 보자. 현재 경북의 대표 무역항은 포항 영일만항이다. 외국선박이 자유롭게 입출항할 수 있는 국제무역항의 기능을 하고 있다. 반면 영덕의 강구항과 축산항, 울진의 후포항과 죽변항은 주로 어항이나 연안항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북극항로의 개척이다.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항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화되면 동해안을 지나는 선박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부산 중심이던 물류 흐름 일부가 동해안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포항은 북방물류의 거점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강구항과 후포항도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대형 선박이 포항항에 들어오고, 여기에서 소형 선박이 일본·울릉도·동해 연안으로 화물과 여객을 연결하는 '피더항'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지금은 작은 항구이지만, 미래에는 북극항로 시대의 중요한 해양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 잡은 연어가 북극항로를 통해 동해안으로 들어오고, 이를 포항과 후포를 거쳐 일본과 대만으로 운송하는 시대도 상상할 수 있다. 해운은 단순히 배가 드나드는 산업이 아니라 냉동·물류·창고·가공·관광까지 함께 성장시키는 산업이다.
수산업 역시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들어섰다. 과거처럼 연근해에서 잡는 어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양식과 해양바이오 산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영덕과 울진은 깨끗한 바닷물과 우수한 해양환경을 가지고 있어 양식업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동해안의 청정 이미지는 수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또한 심층수 개발 역시 중요한 미래 산업이다. 깊은 바다에서 끌어올리는 심층수는 청정성과 저온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식수·식품·냉동·바이오 산업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동해안은 이러한 심층수 산업에 매우 유리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해양과 에너지의 결합도 중요하다. 최근 영덕과 울진에서는 원자력과 미래에너지 산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바닷물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생산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고, 이를 공기 중 질소와 결합하면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와 암모니아 생산과도 연결될 수 있다. 앞으로 영덕과 울진은 단순한 원전 지역이 아니라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울진 앞바다의 왕돌잠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왕돌잠은 수산자원뿐 아니라 해양과학과 해양관광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앞으로 해양과학기지와 연계하여 수중관광·해양생태 체험·다이빙 산업 등이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동해의 맑은 바다는 관광자원으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이다. 이제 바다는 단순히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라 활용해야 하는 공간이다. 육지보다 더 넓은 바다를 가진 영덕과 울진이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북극항로, 해운물류, 양식업, 심층수, 수소와 암모니아, 해양관광과 과학기지까지 모두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바다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역이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영덕과 울진의 미래는 육지에만 있지 않다. 그 미래는 바로 동해의 푸른 바다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