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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방선거, `공약(空約)`의 남발을 경계한다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6.04.17 09:48 수정 2026.04.17 09:51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공약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도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이 같은 풍경은 이제 낯설지조차 않다.
 

실현 가능성보다 표심을 겨냥한 장밋빛 청사진이 앞서는 현실은 심각하다. 중앙정부 권한이 필요한 대형 사업이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구체적 근거 없이 제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권한 범위를 넘어선 공약이나 실행 방안 없는 선언적 공약이 쏟아지며 포퓰리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이 단순한 선거 전략을 넘어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데 있다. 재원·권한·실행 계획이 없는 공약은 결국 '말잔치'에 그칠 뿐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전문가들 또한 공약은 "앞으로 4년간 예산과 행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계약서"라는 점에서, 구체성과 책임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태도 역시 자유롭지 않다. 일부 유권자들은 정당이나 진영 논리에 갇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거나, 선거 이후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시장에서 물건 하나를 고를 때조차 꼼꼼히 따지는 일상과 달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선택 앞에서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공약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교육·의료 인프라 확충, 돌봄 체계 구축,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 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실행 계획과 재원 대책이 결여된 채 제시되는 공약은 지역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 부담과 행정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후보들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재원 조달 방안, 추진 절차, 협의 구조, 단계별 일정 등 구체적 로드맵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약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동시에 유권자 역시 공약을 계약서처럼 읽고, 숫자와 근거로 검증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화려한 수식어와 현수막, 그리고 소모적인 공방 속에 가려진 후보의 진면목을 가려내는 일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후보의 책임성과 철학을 냉정하게 따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공약(空約)의 남발을 방치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지역의 미래로 돌아온다. 이번 선거만큼은 '말'이 아닌 '실행'으로 평가받는 진짜 정책 선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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