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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이재명 정부 효율화 기조 속 지방 소도시 발목 잡는 규제…후포수협 7개 점포 수년째 공실

박문희 기자 입력 2026.03.20 15:35 수정 2026.03.20 15:38

새 건물 준공 뒤에도 임대 막혀 상권 활성화 기대 무산…기존 사업자들 이전 계획도 멈춰항만청 소유 부지 탓에 공공임대 제약…토지 매입 지연되며 후포 지역경제 회복도 차질지역사회 “공익 위한 규제인지, 지역 발목 잡는 민원인지 돌아봐야” 비판 커져


정부가 행정 효율성과 규제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방 소도시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와 민원이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수협 신축 건물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후포수협은 기존 시설을 대신할 새 건물을 마련하며 지역 상권 활성화와 어업인 편의 개선, 임대 점포를 통한 경제 효과를 함께 기대했다. 신축 이전부터 이곳에서 임대 형태로 사업을 이어오던 상인들도 더 쾌적한 환경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새 건물이 완공된 뒤 지역 오피니언층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점포 임대 운영이 중단됐고, 그 결과 7개 점포가 수년째 공실로 남아 있다.

지역에서는 이 상황을 두고 행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원 내용은 결과적으로 현행 규정상 임대사업이 어렵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에서는 민원이 없었다면 당초 계획대로 큰 충돌 없이 운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법률적 제한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 법령이 지금의 지역 현실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불법은 당연히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지역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규제가 공공의 이익을 떨어뜨리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후포수협 사례도 그런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용 가능한 시설이 멀쩡히 갖춰져 있는데도 제도상 제약으로 수년째 방치된다면, 그 피해는 특정 기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과 주민 전체에 돌아간다.

논란은 민원을 제기한 주체를 둘러싸고도 번지고 있다. 지역 발전과 후포면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할 오피니언층이 오히려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문제 제기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공익을 위한 감시와 견제는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공동체 전체의 손실을 키웠다면 그 정당성 역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후포수협은 문제 해소를 위해 항만청 소유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수협 측은 토지 소유권 문제만 정리되면 공공임대 사업이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후포 지역경제에 새로운 거점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상권과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구조를 만들면 침체한 지역 경기에 작은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항만청 대응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역의 불만이다. 토지 매입을 위한 시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가시적 진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정부는 효율과 혁신을 내세우는데, 정작 지방 현장에서는 소유권과 규제, 행정 절차가 겹겹이 얽혀 활용 가능한 공간조차 장기간 묶여 있는 셈이다.

이 사안은 단순히 후포수협 건물 7개 점포의 공실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인구는 줄고 상권은 위축되는데, 어렵게 조성한 시설마저 법과 제도의 벽에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지역은 더 빨리 쇠퇴할 수밖에 없다. 지역 현실을 외면한 규제는 질서를 세우는 장치가 아니라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법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법이 존재하는 목적 역시 공공의 이익과 사회 질서에 있다. 형식적 법 적용이 지역의 생존과 공동체의 미래를 짓누른다면, 그 제도가 과연 본래 목적에 맞게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정부가 효율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다면, 지방 현장에서 수년째 반복되는 이런 비효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후포수협 공실 사태는 지역 발전과 법규 준수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불합리한 규제를 손보고, 공익에 맞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하며, 행정기관이 책임 있게 결론을 내리는 일이 함께 가야 한다. 진정한 지역 오피니언이라면 법을 명분으로 지역을 묶어두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법을 공익의 도구로 바꾸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지역도 살고, 법의 권위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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