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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만화는 하류 문화에, 만화작가는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지금은 문화콘텐츠산업의 뿌리 역할을 톡톡히 하며 어엿한 학문이 되었다. 대학 전공 학과도 80개에 육박하는 초인기 분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 사이 10개 가까운 만화·웹툰 대학 전공이 매년 대학에 생겼다. 아마 가장 많은 신설 학과를 만들어 내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사회적으로 각광을 받다보니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끔 자녀나 조카가 만화·웹툰 관련 전공 대학에 가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진로가 있는지, 질문을 받게 된다.
만화·웹툰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칸만화'와 '상황표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4시간 가량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한다. 칸만화는 1~2페이지에 15~20개 내외로 칸을 나누어 말 그대로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상황표현은 4절 도화지 위에 주목을 끄는 만화의 한 장면을 완성해야 한다. 칸만화에 비해 상당한 드로잉 역량과 밀도를 요구한다. 실기 시험 당일, 한 두 문장의 주제가 주어지고 작화를 해나가는 방식이다.
말이 4시간이지 엄청난 집중력과 고도의 작화 실력을 갖추어야 목적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몇 년간 만화 그리기 공부를 해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실기를 연마하는 입시학원을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내신과 수능 성적 등으로 입학하는 경로도 있다. 신생 학과의 경우 실기시험을 보지 않고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실기 시험을 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만화·웹툰 관련 전공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실기를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기시험을 보지 않고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대학 다니는 내내 실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거쳐야 할 관문이다.
실기 시험 100%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있고, 내신(수시), 수능(정시)의 비중을 10~40%까지 두고, 실기 성적의 비중을 60~90%로 나누는 대학들도 많다.
칸만화의 경우 흑백으로도 시험을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대체로 수채화, 색연필, 마커 등을 활용하여 채색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상황표현은 대부분 컬러링을 한다.
입시의 경우는 스토리텔링 보다는 작화의 완성도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독학으로 실기 공부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그림 실력을 향상 시키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가게 되면 스토리, 시나리오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따라서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 그림 공부를 함께 해야 한다.
대학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고 과정이기 때문에 원하는 바가 '작가의 길'이라면 굳이 만화웹툰 관련 학과로 진학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세상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할 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