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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동굴·온천·숲·바다 한 동선…울진, ‘회복형 체류 여행’ 전면에

박문희 기자 입력 2026.03.03 15:23 수정 2026.03.03 15:24

MZ세대 ‘액티비티 과잉’ 대신 리듬 회복…성류굴·덕구온천·금강송 숲길로 코스 압축왕피천 계곡·캠핑과 해안 스카이워크까지…짧게 걷고 길게 머무는 여행 확산자연자원 의존 커지는 만큼 수용력 관리·예약제·지역상생 설계가 관건


“동굴에서 쉬고, 숲을 걷고, 바다에 머문다.” 여행이 ‘많이 하는 것’에서 ‘회복하는 것’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경북 울진군이 동굴·온천·숲·바다를 한 동선에 묶은 웰니스형 체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과잉 일정과 인증 중심 소비에 피로를 느낀 MZ세대가 늘면서, 짧게 이동하고 길게 머무는 ‘리듬 회복형’ 여행 수요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울진 코스의 출발점으로는 지하 공간인 성류굴이 거론된다. 석회동굴 특유의 온도와 구조가 계절과 상관없이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서, ‘들어가는 순간 쉬어지는 공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굴 내부의 빛과 질감은 사진·영상 기록에도 다른 분위기를 더해 체류형 여행의 첫 장면을 만든다.

몸을 풀어주는 콘텐츠로는 덕구온천이 대표적이다. 자연 용출 온천으로 알려진 덕구온천은 산자락과 어우러진 노천탕이 강점으로 꼽힌다. 걷기 중심 일정 이후 머무는 휴식을 완성하는 지점으로 기능하며, ‘관광지’보다 치유 공간을 찾는 여행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자연 속 체류는 물과 숲에서 이어진다. 청정 수질로 알려진 왕피천 계곡은 여름철 조용한 피서지로 수요가 몰리고, 비성수기에는 한적한 산책 코스로 활용도가 높다. 인근 왕피천 야영장은 계곡과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 공간으로, 차박과 혼자 캠핑 같은 수요까지 흡수하며 ‘하룻밤 체류’를 가능하게 한다.

숲의 깊이를 느끼는 선택지로는 금강송 숲길이 있다. 전문 산행보다는 산책형 트레킹에 가까워 체력 부담이 낮고, 숲의 향과 그늘이 이동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바다는 ‘걷는 풍경’으로 연결된다. 해안 스카이워크는 파도 위를 걷는 듯한 체험을 제공해 짧은 동선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일출·일몰 시간대에는 사진 한 컷으로 여행의 기억을 압축한다.

미식은 체류형 일정의 마무리로 자리 잡는다. 대게·해산물 거리는 제철 대게와 신선한 해산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로컬 미식 공간으로, 바다 풍경과 함께 즐기는 식도락 경험을 제공한다. 합리적 소비와 지역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자연 그대로’를 내세우는 웰니스 여행이 확산될수록 과제가 뚜렷해진다. 동굴·계곡·숲길은 생태적 수용력이 제한된 공간이라 이용객이 급증하면 훼손과 안전 문제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체류형 관광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외부 자본 중심의 소비 구조를 경계하고, 지역 상권·숙박·교통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설계가 필요하다.

울진이 웰니스 체류 여행지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이 부르는 관광’보다 ‘지속 가능한 체류’를 관리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예약제·탐방시간 분산·환경정비 같은 수용력 관리, 비성수기 분산 프로그램, 로컬 가이드·소상공인 연계 상품 등 지역상생 장치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화려한 랜드마크 대신 동굴·온천·숲·바다·미식이라는 분명한 조합을 갖춘 울진이 ‘회복을 위한 여행’이라는 새 기준을 얼마나 책임 있게 운영하느냐가 다음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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