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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자락길에서 찾은 도반道伴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11.21 09:59 수정 2025.11.21 10:09

이 영 숙 칼럼위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주 중요한 진리이며 누구나 인정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말이다. 세상에는 내가 가장 중요하며 내가 있어야 어떤 일이든지 이룰 수 있는 주체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정말 나 자신을 가장 아꼈을까.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나를 위해 살았을까의 반문反問에 고개 끄덕이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와 나라는 관계 속에서 나를 먼저 생각하며 나를 주체로만 이어나간다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비난받기만 했을 것이다.
 

조직 관계 속에서 나를 찾는다는 것은 깨달음을 겪은 다음에 이루어지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직과 관계에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지혜를 얻고 통찰력을 갖기까지의 고난이 바로 수행의 길과 다름이 없다. 보통 종교인들 경지의 수준에 이르는 길을 고난의 길이라 하지만 사람이 올바르게 사는 길이 바로 수행이다.
 

그 올바른 걸음에 함께 깨달아 가는 동반자를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도반道伴은 길을 같이 가는 반려자, 진리의 한길을 가는 벗이라는 뜻이다. 도반道伴은 마음을 서로 비출 수 있고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하며 반듯하게 응원해 주는 벗이다. 보통 눈빛으로도 서로를 안다는 관계다.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 마음을 비치어 주는 사이, 아무런 조건 없이 진정으로 응원하는 사이는 나와 나의 사이가 아닐까 한다. 혼자가 아주 유익할 때가 있다. 조용히 혼자를 누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정리하는 것은 결코 외로운 시간이 아니다. 나에게 내가 가만히 손 내밀면서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순간이 아마 가장 소중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가을 오붓한 산자락 길에 깔린 낙엽들을 밟으면서 자신에게 따뜻한 스카프 한 장 감아 주고 망사 장갑 한 켤레 끼워 손잡고 나란히 걸으면 아마 가장 든든한 도반이 아닐까. 가을 산책길이 혼자라면 외로운 길이 아니다. 혼자서 자신을 데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꼭 필요한 시간. 프로이트식이라면 이드와 에고, 또는 에고와 슈퍼에고의 대화이며, 헤겔식이라면 정과 반의 각축, 사르트르식이면 즉자와 대자의 토론이라 할 수 있다.
 

자락길에서 자신과의 대화는 가장 따뜻한 마음과 진실이 샘솟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에 긴장감이 사라지고 몸을 이완한 상태에서 흩어지던 감정들을 다시 자신만의 호흡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자신을 재구성 하여 정확한 길을 찾는 기회를 얻는다.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장점이 눈에 보이고, 알찬 통찰력까지 키워진다. 자신의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웃어 주면서 자신을 다독여 주는 소중함.
 

'세상이 문자 한 통 없어 삐친 어느 날, 동네 짜장면집에 자신과 마주 앉아 양파와 춘장으로 나를 격려한다.'라는 어느 시인의 작품처럼 '나에게는 내가 있다' 자락길에서 찾은 도반道伴은 바로 소중한 자신이다.자신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 자신을 아주 투명하게 꿰뚫어 보며 걸어온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이 명확해야만 주변에 지혜를 발휘하는 도반道伴이 될 수 있다. 자신을 거울에 비추면 방향이 반대되지만, 자신이 자신의 도반道伴이 되어 비치면 분명 자신을 더욱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할 때가 다가오는 이 즈음에 한 번 쯤은 자신을 자신에게 맡겨 차분히 외로워 보는 시간도 가을을 만끽하는 여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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