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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로컬 생태치유도시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10.02 10:27 수정 2025.10.02 10:29

최 정 연 칼럼위원

숲살이를 꿈꾸며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연의 일상은 가장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유공간이 되겠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몰래 드나들었던 그 숲은 원하지 않던 시골에서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던 나에게 관계의 공간으로 다가와 주었고 오랫동안 닫힌 울타리를 스스로 걷어내 준 농장주의 모습에서 관계회복을 느끼게 되었다. 그 순간 나도 농장주도 치유가 이미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다.
 

산불이 덮쳐 잿더미로 변해버린 농장에서 요즘 부쩍 흙의 온기를 느낀다. 풀은 무럭무럭 자라 흙은 더 부드러워지고 나는 여전히 식물 돌봄을 통해 자기치유의 은유자로서 내 감정에 대한 이해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 업무와 관련하여 "안녕, 로컬 치유관광스테이"라는 테마 여행그룹을 만들어 영덕의 자원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최악의 불경기에 금전적 부담은 있었으나 힐링 투어를 하며 지리적 접근성이 어려운 울진 체험 농가로 이어질 현장 실천을 요하는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하였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짧은 시간을 공유한 도시민이 자연을 좀 더 깊이 느끼는 법을 체험하는 치유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산림치유지도사와 치유의 숲길을 걷고 나무에 손을 얹고 호흡을 맞추는 트리브리딩 명상, 또는 숲 소리와 냄새를 인식하는 오감 활동으로 감정을 정화하는 행위 등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주고 감정 인식력을 향상시킨다. 더 나아가 관계회복을 통한 생태 감수성을 강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식물이 주는 위로 프로그램은 또 어떤가. 원예 및 허브를 심고 가꾸며 향기를 향한 심리안정을 유도하는 원예치유프로그램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다수의 연구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활동 경험에서 정서적 피로자가 감각적 치유와 식물 돌봄을 통한 샐프 케어로 회복되는 것, 이것이 식물이 사람에게 주는 분명한 위로의 지점인 것이다. 사회적 약자 그 대상에 집중하다 보니 생태순환의 이해는 물론이고 노동을 통한 회복도 가능해질 것임이 분명하였다. 자연의 순환과 노동의 의미를 배우는 일은 도시민에게 생명존중, 공동체 회복의 가치를 일깨우게 한다. 특히 식물의 돌봄은 정서 안정과 공동체 적응력 향상에 큰 효과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 마음을 충전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산림욕, 원예치유, 생태탐방 등 이러한 농촌에서의 치유프로그램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생태적 감수성과 지속 가능한 삶의 태도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다. 이에 농촌은 생태힐링의 학습장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 공동체를 동시에 치유한다는 것, 인간과 자연의 관계회복을 통하는 것이 생태 치유의 개념으로 본다. 생태치유는 자연 그 자체를 치료자로 본다는 점에서 치유농업과 다른 지점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치유농업모델을 운영하는 네델란드는 1970년대부터 농업의 다기능성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을 돌보는 농장을 제도화 하였다. 2020년 기준 네델란드에는 약 1200개 이상의 치유농장, 즉 케어팜이 있으며, 노인, 발달장애인, 정신질환자, 청소년, 치매환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으며 농부는 돌봄농부로서 사회복지사와 협력하며 참여자의 안전과 정서적 회복을 지원한다. 참여자는 하루 몇 시간 혹은 주 단위로 농장 일을 돕고 동물과 식물을 돌보며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기관과 지역 행정의 연계아래 운영된다고 한다. 즉 농업이 복지와 의료의 파트너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치유농업 제도는 정책적 측면에서 네델란드를 많이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취약계층이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일을 통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참여자들은 농장의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노동을 통해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포용과 공동체 회복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하는 치유농장의 가치가 치유농업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치유농장 참가자는 우울, 불안 증상이 평균 25% 이상 감소하고, 치매 환자의 경우 인지기능 유지 기간이 1.5배 길어지는 것으로 네델란드의 연구보고가 있다. 이 시사점을 통해 치유는 의료의 영역을 넘어 지역의 생태와 농업이 함께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농장은 더 이상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관계의 공간인 것이다. 농촌치유, 원예치유, 산림치유, 해양치유의 풍부한 자원으로 지역공동체 복지와 결합한 로컬기반의 생태치유도시를 구축해가야 한다.
 

영덕의 진정한 웰리스를 꿈꾼다면 바람이 스치는 들판, 햇살이 스며드는 정원, 바다물결 넘실거리는 이곳으로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것이다. 보석 같은 영덕의 자연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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