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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고향내음 싣고 온 택배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9.12 09:40 수정 2025.09.12 09:42

김 청 자 (패션디자이너 / 전재경영덕향우회회장)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 때가 되었건만 시원한 바람은 기척도 없다. 여전히 무더운 공기에 텁텁한 습기가 물씬 묻어 안기는 바람은 짜증을 몰고 온다. 지루한 더위와 철 잃은 무더위가 뭉개고 앉아있는 나날은 실로 견디기 힘들다. 오히려 삼복지경에는 그러려니 하기라도 했지만 이거야 처서가 지난지 달을 넘겼건만 날씨는 여전히 동남아 수준이다. 에어컨이라는 게 없었더라면 어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기계가 뿜어주는 찬바람에 코를 박다싶이 하고 지난 석달이다. 사무실에서 주차장 , 거기서 집 까지 징검다리처럼 옮기는 동안 아주 잠깐 싹만 찾아오는 더위도 견디기 힘들다면 웃을지 모르지만 현실인걸 어쩌랴.
 

엘리베이터를 내려 집앞에 오니 택비가 와 있다. 포장으로 보아 생물인 듯 싶어 서둘러 살펴보니 고향에서 친구가 보낸 것인데 어물인 모양이다. 서둘러 들여 놓고 포장을 푸는데 고향내음이 확 코를 스친다. 청어 한 상자가 싱싱하게 웃고 있었다. 정다운 친구의 얼굴이 겹쳐 떠오르며 환하게 웃는다. 뭐하노, 펏떡 냉징고에 넣지 않고! 일갈하는 소리에 손을 부지런히 놀린다.
 

옷도 채 벗지 못한 채 우선 구을 것을 남겨놓고 급히 냉장고에 넣었다. 이 더운 여름날 서울 촌사람을 위해 바다에 나가 직접 청어를 고르고 포장해서 보내 준 성의를 생각하니 콧날이 시큰히지며 내가 친구에게 해 보지 못했던 일을 곱씹어보며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 서둘러 상을 차리고 후라이 팬을 꺼내 청어를 올린다. 싱싱힌 비린 냄새 바로 고향의 내음이다. 숯불에 석쇠를 얹고 그위에 청어를 올린 후 굵은 소금 술술 뿌려 가며 굽노라면 그 고소한 냄새가 코를 벌름거리게 했는데 숯불이 아니니 효과는 반감이다. 그래도 이 싱싱한 고향 청어가 웬떡이냐 말이다. 맛있게 청어구이를 배부르게 먹고 나니 세상이 내것이고 더위 짜증도 시원히 도망 갔다. 다른 때 같으면 아직 청어철이 아닌데 올해는 때 이르게 많이 잡혀서 보내노라는 전갈도 함께 전해 왔다.
 

숯불구이를 못해 먹은 아쉬움에 마음은 고향으로 달음질 친다. 청어의 성시가 끝나기 전에 마음 같아서는 고향으로 달려가 숯불 위에 지글거리는 청어 위에 굵은 소금 뿌려가며 싱싱한 청어구이를 먹고 싶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아궁이의 타는 불을 조금 끌어내서 석쇠를 얹고 그위에 청어 몇 마리 올리면 그 지글거리는 소리에 군침을 흘리며 형제 들이 모여 들어 마주 보고 어머니는 소금을 훌훌 뿌리던 생각이 난다. 한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면 얼마나 좋을 까? 갑자기 단아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며 눈가가 젖어 온다. 그래 어머니, 언제나 가슴속에 살아있는 그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시도 때도 없이 내 감정에 따라서만 떠오르곤 하는 어머니는 여전히 내게 무한한 그리움이다. 그 아침의 청어 맛은 형언하기 힘든 맛이었는데 오늘밤의 맛은 거기 따라가지 못함이 솔직한 고백이다. 친구의 사랑맛이 합해졌지만 어머니의 그리움 맛을 따라가기 힘든가 보다. 친구야 미안해 서운해 하지 마. 내 입맛이 변해서 그럴 거야. 친구가 나도 그렇고 다 안다고 웃는 것 같다. 고맙다. 속 마음 까지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행복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무리 덥다 한들 밀려오는 사늘 바람을 막아내지 못할 테니 고향으로 달려가 싱싱한 청어 한 마리 숯불에 구워 먹는 호사를 누리는 고향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끝물로 접어 든 복숭아의 마지막 맛도 놓칠 수 없는 행운이 아닐까 싶다. 과일 살이 단단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우리고향 영덕의 복숭아는 씹을수록 깊은 맛을 자아내게 하는 으뜸 과일이 아니던가, 영덕의 복숭아를 못 먹어 봤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복숭아 철이 아주 끝나면 과수원은 속으로 바빠질 것이다. 내년을 위한 여러 준비에 들어가느라 소리없이 분주해질 것이다. 더 맛있는 복숭아를 선물하기 위해 농부의 손은 쉼없이 움직일 것이다. 우리는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아름다운 무릉도원을 만날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더위가 물러가면 영덕 특유의 맛을 지닌 영덕 산나물 들을 곁들이 가을 밥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복 받은 땅 우리 고향 영덕, 사랑한다. 영덕. 옥계의 물빛이 신비롭게 아름다움을 더 하는 계절이다. 말만 들어도 서늘함을 안겨주는 옥계 그 아름다운 경관 신비스런 분위기를 아니 접하고 영덕을 말 할 수 없다. 추석이 한 달 뒤라 느긋한 9월이다. 느리기만 한 무더위도 곧 물러갈 것이니 귀한 9월을 마음껏 즐겨보자, 우리 고향 영덕의 아름다운 산천에서 맛있고 싱싱한 청어도 구워 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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