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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자수첩] 공경의 의미 퇴색, 노인복지 현장에서 드러나는 세대 갈등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9.12 09:35 수정 2025.09.12 09:38

박문희 기자

예부터 어른은 존중과 공경의 대상이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사회적 존경을 받고, 후세가 이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덕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공경'의 의미는 점점 변질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복지 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어른을 대하는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늘날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기초연금, 돌봄 서비스, 여가 지원,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해졌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필요한 제도적 안전망이다. 하지만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현장에서 노인을 직접 대하는 복지공무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일부 어르신들이 공경을 '특권'으로 착각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일선 공무원들에 따르면, 도움을 드리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작은 실수나 절차상의 설명을 하면 '버릇없는 행동'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민원 불편을 넘어, 복지 전달 체계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공경이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본래의 의미가 '나이로 인한 권리 주장'으로 변질되는 순간, 세대 간의 긴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노인복지 담당 공무원은 "도와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어른이니까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접할 때면 큰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현장 직원은 "복지 업무는 상대의 삶을 존중하는 과정인데, 일부에서는 공무원을 아랫사람 취급하며 불합리한 요구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는 공무원의 소진을 가속화하고, 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과거의 어른상은 나이를 무기 삼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과 절제가 있었고, 후세에게 모범이 되는 언행으로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존중을 강요하는 경우가 늘면서, 진정한 공경이 아닌 세대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지 노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공경의 의미를 어떻게 계승하고 재정의하느냐에 달린 과제다.
 

첫째, 노인복지를 단순히 '지원 확대'에 그치지 않고, 권리와 의무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둘째, 공무원과 민원인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소통 교육과 존중 문화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사회 전반에서 '어른 공경'의 의미를 다시 세워야 한다. 공경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상호 존중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 따라서 복지 확대와 세대 간 존중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어른이니까 다 된다'는 태도는 결국 공경을 퇴색시키고, 복지의 선한 의도를 훼손한다. 사회적 공경이 살아 있으려면, 나이의 권위보다 배려와 품격이 먼저여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공경의 의미가 오늘날에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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