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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자수첩] 인사, 사라져가는 따뜻한 문화의 경고음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8.22 09:44 수정 2025.08.22 09:51

예전 스승 상징이 무너지고, 직업인 교사만 남은 교육 현장
인사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적 예절의 붕괴와 공동체의 위기

↑↑ 박문희기자/
인사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사 표현이자 공동체를 지탱하는 문화적 토대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에서 '인사'라는 기본 예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가 여러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먼저 인사를 건네도 이를 받아주지 않는 교사가 적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스승님'으로 불리며 존경의 상징이던 교사상이 어느 순간 '직업인'으로만 인식되고, 그에 따른 태도도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무심한 교사들 속에서 드물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교사는 오히려 군계일학처럼 눈에 띄었다.
 

교육 현장에서 인사의 의미가 옅어지는 것은 단순한 개인적 습관 문제가 아니다. 인사는 공동체적 관계를 확인하고 상호 존중을 드러내는 상징적 행위다. 과거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존중과 배려 속에서 이어졌던 것과 달리, 오늘날에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업무'와 '의무'로만 축소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교사가 자신을 직업인으로만 인식하게 되면서 기본적인 예절조차 간과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소규모 학교일수록 인사 문화가 비교적 잘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서로의 존재를 더 가까이 인식하고, 일상 속 관계가 촘촘히 맺어진다. 이로 인해 인사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그 안에서 존중과 배려가 살아난다. 반대로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익명화되면서 관계가 단절되고, 인사가 형식적으로조차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이는 단순히 교육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인간관계가 점차 개인주의적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학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간, 이웃 간,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인사가 줄어드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타인을 불편한 존재로 여기거나, 굳이 관계 맺기를 원치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인사라는 행위를 불필요한 것으로 밀어내고 있다. 예절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결국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잃어버린 삭막한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체가 인사의 의미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에게 사회적 관계와 예절을 가르치는 본보기여야 한다. 교사가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일 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인사의 가치를 배운다. 인사는 작은 행위이지만, 그 속에 공동체를 지탱하는 큰 힘이 담겨 있다. 인사를 되살리는 것은 단순한 예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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