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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0대 기간제 교사 B씨가 약 2년 동안 학교 시험지를 몰래 훔쳐 특정 학부모에게 넘긴 혐의로 19일 오후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B씨는 2022년 해당 학교에 재직 중이었고, 지난해 계약 종료 후에도 여러 차례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절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씨는 이미 2020년부터 해당 학부모 자녀를 대상으로 불법 과외를 해오던 중 시험지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교육 현장을 사적으로 악용한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범죄행위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그가 훔친 시험지는 중간·기말고사 등 주요 평가 시험지로, 정당하게 경쟁해야 할 학생들에게는 명백한 학습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앞선 4월에는 울진군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북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새벽, 울진 소재 고등학교의 3학년 A군이 중간고사 직전 시험지를 훔치기 위해 교무실에 무단 침입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실제로 시험지를 가지고 나오진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학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당일 예정된 전 과목 시험지를 전면 폐기하고, 시험을 전면 재출제해 재실시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A군은 이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 같은 잇단 시험지 유출 시도에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 사회도 깊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한 울진 지역 학부모는 "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려 학교를 침입하고, 교사가 시험지를 팔아넘겼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며 "이 나라 교육의 윤리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닌, 학벌 중심 사회와 입시 과열 경쟁 구조가 낳은 병폐라고 지적한다. 특히 교사가 관련된 사건의 경우, 교단의 도덕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학교의 출입 관리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시험지 관리 및 유출 방지 매뉴얼을 강화하겠다"며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교사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 없이는 제2, 제3의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교육계는 물론, 사법당국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한 처벌과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