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그 계절의 자연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신비에 가까운 선물은 그 또한 일품이다. 꽃보다도 아름다운 연록의 신비한 색감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으라. 점점 녹음이 짙어지면서 그 다양한 초록의 잔치는 활홀경에 이른다. 오죽하면 계절의 여왕이라 했을까 그 5월이 가고 있다.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올해 5월은 우리 영덕 군민들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온 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름다워야 할 계절에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달래야 해서이다. 까맣게 타버린 산허리는 차마 마주보기 힘든 정경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싹이 돋지 않는 산을 보면서 그 뒤에 솟아오르는 희망을 보았다. 얼굴도 본적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자 관심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 우리 영덕 군민들의 친지들이 보내준 뜨거운 사랑은 가슴 뭉클하게 했고 전국적으로 보내온 위로의 마음과 도움의 손길은 우리를 감동시켰다. 거기서 희망을 본 우리는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마치 푸르러 가는 녹음처럼 우리의 불탄 가슴은 까맣게 그을려 있지 않고 5월 닮은 초록으로 물들어 갈 수 있었다.
사랑하는 영덕인들이여 주저앉지 말고 희망의 기지개를 활기차게 켜고 일어서서 앞으로 가자. 우리 뒤에는 대한민국 온국민의 위로와 격려가 있고 영덕의 저력은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영덕의 산야는 계속해서 복숭아와 산나물 등 우리의 먹을거리를 잇달아 길러낼 것이다. 동해의 푸른 물결이 대게도 꽁치도 가자미도 전복도 끊임없이 밀어올려 줄것이니 온나라 국민들이 신나게 찾아와서 영덕의 식당을 가득차게 해 준다면 우리는 다시 어깨 펴고 일어설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온나라의 벗들이 우리를 지켜보며 일어서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희망이 있다. 불탄 산 검은 빛의 공포에서 벗어나서 희망의 5월을 생각하면 된다. 불타서 폐허가 된 산야는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강한 회복력으로 새 움을 틔울 것이니 기다리고 보듬는 마음으로 가꾸면 된다. 부모가 아이를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어가며 길러내듯이 우리는 폐허를 기름진 산으로 다시 회복시켜 나가면 된다. 우리에게 보내주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힘입어 그 일을 하면서 희망을 거름으로 주면 된다. 사람을 길러내는 스승의 마음으로 새로운 산을 더 좋게 만들어 가면 된다. 생판 남이 만나서 오순도순 잘 사는 부부처럼 산을 일구며 가꾸어 나가면 된다. 5월이 작은 잎을 초록으로 실하게 키워내서 계절의 여왕을 탄생 시키듯이 그렇게 하면 된다.
5월이여 잘 가시오. 다만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귀한 친구만 남겨두고 떠나시오. 우리는 검은 산을 푸르게 아름답게 다시 만들고야 말 것이요 그 희망이라는 친구의 힘을 빌어서요. 다시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진 아름답고 고운 산을 만들고야 말 것이요.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닌 바로 가까운 미래의 우리 현실이 될 것이요. 오 사랑스런 친구 희망이여 우리 영덕인들의 가슴을 떠나지 말아 주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 준 5월이여 잘 가시오. 아름다운 내년을 기다리면서 우리도 희망을 열심히 키워보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