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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앤데믹 여행 패턴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3.03.31 18:01 수정 2023.03.31 18:04

↑↑ 장 빈(빈에듀컬처/갤러리빈, 유튜버 크리에이터)

코로나 팬데믹에서 앤데믹을 맞아 불확실했던 여행 시장이 활로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극심한 환경변화와 세계정세 불안을 겪으며 문명의 허약함을 느끼게 된 사람들은 속세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체험 여행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산업경제 뉴스에 따르면 ‘부킹닷컴’에서 전세계 32개국 24,000명 이상 여행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한국인 응답자 중 44%는 최소한의 필수품만 가지고 생활하는 ‘무소유’의 삶을 여행지에서 경험하길 원했다. 절반 이상(53%)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오프그리드(off-grid)’ 스타일의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밝혔다.

 

오프그리드는 전기, 수도, 가스 등 외부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한 채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로 응답자의 52%는 여행을 통해 불을 피우는 법과 깨끗한 물을 구하는 법 등 생존 기술을 체험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한국인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오프그리드 여행에서 필수 불가결의 조건으로 ‘여행지에서 핸드폰과 인터넷이 연결될 것’을 꼽아 야생에서 모든 속세의 조건을 버리더라도 통신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에 대한 수요는 한국인 여행객 절반 이상이 가상현실의 여행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전 세계 여행객들 또한, 지난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 등으로 인해 앞으로의 여행 패턴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와 새로운 자극을 느껴보고 싶은 심리를 드러냈다. 여행객들의 절반 이상이 문화 충격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10명 중 8명은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중 독특한 여행 경험으로 가장 매운 고추, 가장 비싼 트러플 등의 별미 시식과 UFO 또는 외계인 관찰 투어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10명 중 4명은 편도 티켓을 끊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고 싶다고 답변한 것을 볼 때, 미래의 여행 패턴은 계획 없이 떠나는 자유 여행, 즉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로의 여행)이 인기의 한 축으로 자리할 것이라 예상된다.


필자가 최근 관공서 및 기업 세미나 등을 유치, 행사하면서 연수 계획을 브리핑한 부분에서도 여행 패턴을 읽을 수 있다. 직원들이 선호한 여행은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웰니스 관광’을 즐기겠다고 답변했으며, 직원들의 절반 정도는 명상이나 정신 건강을 위한 힐링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조직 내 세대별로는 Z세대(45%)와 밀레니얼 세대(48%)가 X세대(35%), 베이비붐 세대(19%)에 비해 조용한 휴양지를 더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타 선진국에 비해 평소 노동의 비중이 높아서 정신 건강을 돌볼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니즈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때, 앞으로의 여행 패턴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워라벨’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산업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여행 플랫폼도 본격적인 매타버스에 올라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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