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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풍을 타고 청송, 영양, 안동, 영덕 등으로 번지며 5개 시·군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주택과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피해 집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사유 시설 피해는 약 590억 원, 공공시설 피해는 무려 6,216억 원, 총 재산 피해는 1조 1,30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현재도 복구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심리적 충격과 생계 기반 붕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임시거처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고, 농림업 기반이 파괴된 고령층 주민들에겐 앞날이 막막하다는 호소도 이어진다.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보내온 따뜻한 손길은 큰 힘이 되고 있다. 개인, 기업, 단체들이 보내온 구호물품과 후원금, 진심 어린 응원 메시지 하나하나가 군민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안겨주고 있다. 행정 역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영덕군은 통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주거 복구, 세금 감면, 심리 상담,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복구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군수를 비롯한 약 600여 명의 공무원들은 밤낮없이 군민 곁을 지키며 함께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단순히 외형적 피해를 넘어, 마음의 상처까지 남겼다. 따라서 물리적인 복구와 더불어 심리적 회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심리 상담과 지역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할 이유다. 아울러, 장기적인 재난 예방 시스템 구축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지역 내 산불 예방 교육과 주민 대상 캠페인을 강화하고, 드론이나 센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과 기술의 협력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필수 조건이다. 지자체 단위에서 감당해야 할 재난 대응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제약이 많다.
인력과 예산, 장비, 매뉴얼 모두 한계 속에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산불처럼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 앞에서는 그 어떤 행정도 완벽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개선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은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자동 경보 체계 구축, ▲정전 상황에서 작동 가능한 비상 통신망 확보, ▲상시 대응 가능한 야간 재난 근무체계, ▲노약자 우선 대피 계획 수립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만, 이 모든 논의는 단편적인 원인 지적이나 단정적인 비난보다는 '현실적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다.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재난 이후의 빠른 회복과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망 구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몰아세움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다. '책임'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