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농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할 시기이나 화마가 할퀴고 간 지역의 들판에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만 가득하다. 지금쯤이면 봄날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청송의 달기약수터는 시커먼 형체만 남았고, 영양 석보의 작은 마을엔 적막감만 돌고 있고, 영덕 해안가의 석리와 노물리는 인기척이 사라졌다.
봄의 생기를 잃고 아비규환의 그 날을 짐작케 할 뿐이다. 역대급 산불피해에 주민 27명이 숨지고 주택 4203채를 태우면서 이재민 3368명이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농작물 1555ha와 축사 71채, 농기계 2639대 등이 피해를 입었고, 영덕에서는 어선 19척과 인양 크레인 1대가 전소되는 등의 피해가 컸다. 인명피해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아직 피해복구 착수는 둘째치고 산불 관련 피해조사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있다.
화마가 지역을 송두리째 휩쓴 지 한 달이 되었지만 아직 상처는 그대로다. 천혜의 자연에만 의지해 온 지역에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초대형 화마가 할퀴고 가자 자연생태계와 관광자원 자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 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지역 경제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 아니라 아예 방문객이 없으며, 지역 내 소비도 위축되어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웃의 안동시가 '여행이 곧 기부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 방문 자체가 기부가 되는 착한관광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지역 내 소비를 통해 피해 지역의 소상공인과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부여행'의 형태로 기획되었다. 안동에서 숙박·식사·체험 활동 등을 통해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청송과 영양, 영덕군도 지역 경제 회복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청송군은 대형 산불 이후 위축된 내수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군민과 출향인을 대상으로 지역경제 살리기에 동참해달라는 호소문을 발송하였다. 주왕산국립공원도 재개방하면서 출향인들을 대상으로 고향 방문을 진정성있게 호소하고 있다.
영양군은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산나물축제 대신 '산나물 먹거리 행사'로 힐링 먹거리 축제를 열어 위로의 자리를 만든다.
영덕군은 "Again to 영덕"이란 슬로건으로 5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 대형 홍보 캠페인을 펼친다. 이재민 지원 마무리 후 지역 축제도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모진 날도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에는 서로가 믿음으로 보듬는 지혜가 필요하다.
군민과 출향인, 더 나아가 전국민의 따뜻한 발걸음이 실의에 빠진 지역을 다시 일으키는 소중한 힘이 된다. 지역사회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