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난은 또 다른 기회인가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4.18 09:41 수정 2025.04.18 09:44

3월 25일 밤, 우리 지역에 큰 산불이 났다. 집과 일터가 사라지고 몇 개의 마을이 아예 사라진 곳도 발생했다. 그 아름다웠던 영덕의 해안 숲마저 잿더미로 만들었다. 아연실색이다.
 

그 산불은 제법 먼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최초 발화지점인 의성산불이 안동을 지나 청송까지 번졌을 때 설마 저 불이 이 영덕까지 넘어오겠어 했던 마음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넋을 잃었다. 화재진압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못한 건 건조한 기후와 바람 탓이라 했다. 기후변화로 벌어진 산불이라면 이제 산불은 산 속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을과 문화재,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현실이다. 이번 산불은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재해든 사회재해든 해맞이 푸른 블루로드를 찾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다. 산불 후유증으로 지역경제가 마비되고 있다. 앞이 깜깜한 절망감에 벌써 지역을 떠나버리고자 하는 사람이 생기는가 하는 반면에 재해 보상금에 눈멀어 주소지를 재난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생충까지 등장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설이 나돌기도 한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재 전원일치로 대통령이 탄핵 되었다. 이것은 오로지 대통령 당신 탓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 탄핵을 때려 맞아야 했던 건 국민생명을 담보로 계엄이라는 내란 재난을 자처한 대통령 탓인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 겨울 광장에서 찬탄, 반탄으로 왈가왈부했겠으나 지금은 화재 난민으로 끙끙 앓으면서 헌재의 전원 일치 탄핵 주문에 박수를 쳤다.
 

그 사람들이 친 박수의 의미는 진영논리의 박수가 아닐 것이다. 지독한 카오스의 끝을 알리는 박수였다. 혹여 인상을 찌푸릴 진영주의자에게 하고픈 말은 탄핵 인용의 순간 주식은 오르고 환율은 내렸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싶다. 이런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장의 반응은 민감하고 냉정하지만 또 정확하다. 시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다. 운전자들은 기름값 절약을 위해 근처 주유소를 마다하고 거리가 좀 멀어도 싼 곳을 찾는다. 일 이십원 더 싼 가격표에 이끌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2월 3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평소보다 리터당 평균 40~50원 정도를 더 지불했어야 했던 사실과 상황을 왜? 무엇 때문에? 라는 생각을 당연히 해봐야 한다.
 

산불이 나고, 지진이 나고, 홍수가 나고, 내란이 일어나는 상황은 늘 가변적이고 시장은 이를 즉각 반영한다. 국가의 운영체계에서 제일 중요한 핵심적 요소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그 요소를 충족시키는 기본은 확고한 질서를 바탕으로 한 법치주의의 확립이다. 법치주의의 중심은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부 기관과 권력 집단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면 시장은 망설임도 예고도 없이 바로 국민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고통을 강요한다.
 

12.3 사태를 진영논리에 얽매여 감정적으로 접근했다가는 그 후과가 너무나 클 것은 자명하다. 이미 혼란기를 틈타 각종 서민물가는 오를 만큼 올랐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내란사태로 인한 국가적 혼란 사태 그 후유증 청구서의 전초전이다. 6월 3일 이후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하여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했던 청구서들이 앞다투어 날아들 것이고 그에 대한 진영논리의 답은 서로를 향해 "네탓" 이라는 세상 공허한 답일 것이다. 결국 부질없는 감정으로 세상은 흔들리고 시장은 유예기간 없이 즉각 반응할 것이다. 시장이 휘두르는 칼 끝은 여전히 서민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기득권 주의를 타파 할 실용주의에 가까운 유능한 리더가 나타나야 한다. 올해 봄은 흐린 눈과 귀를 좀 씻어내고 특별히 정신 차리자.



저작권자 고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