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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집을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이재민은 영덕이 760명. 청송 464명, 영양 86명이다. 대부분은 노년층 어르신들일 것이다. 평생을 일구어온 집과 밭, 산림, 어로. 그리고 작은 꿈들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경북북부를 포함하여 전국을 휩쓴 이번 산불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심장에 깊은 상처를 남긴 대참사였다.
필자도 화마가 닥치던 날 밤 영덕읍에 거주하는 여동생이 걱정되어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다. 통화가 몰리는 바람에 연결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애간장이 녹았다. 여동생이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형편이라 혹시나 하는 공포심마저 들었다. 친구들에게 부탁하고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각자 가족들 대피시키고 불끄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한 친구 고향집은 전소되었고 부모님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모셨다. 이번 산불 피해는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출향인들에게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던 어릴 적 불조심 계몽포스터의 뻔 하던 문구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절하게 다가온다.
역대급 재난을 당한 지금, 우리는 결코 쓰러져서는 안된다. 파도처럼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바닷가 사람들, 척박한 산골에서 고개를 들고 살아온 산촌의 고향 선후배, 동기, 어르신들이다. 불타버린 나무는 거름이 되어 다시 싹을 틔우고, 잿더미 속에서도 봄꽃은 기어이 피어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통을 기억하되 절망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영덕, 청송, 영양의 아픔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인근의 의성, 안동, 울진, 봉화 그리고 경북 전체, 온 나라가 아파하고 함께 일어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발 빠른 복구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가족의 마음이다. 작은 성금 하나, 따뜻한 손길 하나가 곧 우리 고향의 미래를 다시 지을 벽돌이 될 것이다.
이 고난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 푸른 산과 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산과 바다가 평온을 되찾고, 주민들의 삶에 웃음이 돌아오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 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