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의성에서 최초로 발화된 산불의 불씨는 봄철 강한 바람을 타고 비화가 되어 경북 북동부권 지역인 안동시와 청송, 영양을 거쳐서 마침내 동해에 인접해 있는 영덕군까지 걷잡을 수 없이 급습하여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재산적·인적 피해를 가져오게 하였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 이번 산불로 인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깊은 화재의 상처를 우리 모두에게 남긴 채, 산불 발화 149시간인 지난 3월28일 오후 5시경에 산불의 주불이 완전히 진화되었다.
그동안 휘몰아치는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헬기 조종사를 비롯하여 소방관과 진화 대원은 물론이며, 고령의 마을 어르신을 불 속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불 속을 뛰어다닌 주민과 진화와 사후 수습에 여념 없었던 공무원, 그리고 매캐한 공기를 마시며 이재민과 피해자들을 도운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번 산불의 화마가 지나간 영덕군의 경우, 지품면을 비롯하여 영덕읍의 일부와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작은 어촌마을의 피해가 특히 극심하여 며칠 동안 전기와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서 이곳 주민과 이재민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중으로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지금은 통신과 전기가 예전처럼 복구가 완료되어 그나마 친척과 자녀, 그리고 지인들과의 소통은 이뤄지고 있으나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하기까지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여 가슴이 아프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산불로 인해 타 시·군의 재산적 인적인 피해도 크겠지만 특히 영덕군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덕군의 피해 현황 통계에 의하면 주택 전소 1,246세대, 어선 16척, 양식어류 68만 마리, 한우 100두, 양돈 650두, 양봉 680군, 은어 20만 마리, 차량 소실 62대와 송이가 생산되는 산림 소실이 4,137ha 이며, 특히 안타깝고 가슴 아픈 것은 사망자가 1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에서는 일 년 농사를 시작해야 할 봄철이지만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 대부분이 소실되어 농민의 시름은 더욱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관할 행정 당국에서는 화마가 지나간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지금까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원상복구 시기는 기약이 없을 듯 보여서 안타까움이 큰 것도 현실이다.
어쩌면 이번 산불 화재로 인해 지금은 초대형 국가 재난이라고 하여도 결코 과언은 아닐 터인데, 국민을 위한다는 여·야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정략적인 이슈에만 몰두해 있는 것 같아서 왠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바라건대, 정치권에서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실의에 빠져 있는 수많은 이재민들이 조속히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모아줄 것을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산불 화재로 인한 재난은 우리 모두의 아픔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재민들을 돕는 일에 너나 할 것 없이 불연히 일어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