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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산(山)의 위대함은 거리를 두고 보아야 한다.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2.14 13:40 수정 2025.02.14 13:43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 김 동 수 칼럼위원

사회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45㎝ 이내의 아주 가까운 '밀접 거리' 즉 부모와 자식 간이나 부부사이 처럼 서로 사랑하고 밀착된 그런 마음의 거리를 말한다.
 

두 번째는 '개인간 거리' 즉 45㎝~120㎝ 정도의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다. 즉 소위 말하는 '연인 사이'와 '사적인 공간'의 범주다.
 

세 번째는 120~360㎝ 정도의 '사교 거리' 즉 이는 사회적인 영역이다. 인터뷰 등 공식적인 상호작용을 할 때 필요한 간격이라 한다. 이는 친구나 가깝게 아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유지하는 거리다.
 

네 번째는 360㎝를 넘어서는 '공중(公衆)의 거리, 즉 무대 위의 공연자와 관객처럼 떨어져 앉아 있는 서로 알지 못하는 거리를 말한다. 그래서 '사이(거리)'는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이'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살고 있다.
 

적절한 '사이'를 유지한다는 것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묶여 있는 고무줄에 비유하기도 한다. 두 사람 사이의 고무줄은 어느 정도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며, 만약 어느 한쪽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고무줄은 느슨해지고 관계에 빨간불이 켜진다. 그때는 다른 쪽이 약간 더 멀어지면서 팽팽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한 쪽이 너무 멀리 간다면 고무줄은 끊어질 정도로 팽팽해지고, 이 또한 관계의 적신호가 들어오게 되고 다른 쪽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관계를 정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인간관계는 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즉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는 원칙을 유지할 때 비로소 좋은 관계를 유지 할 수 있다. 사랑, 우정, 정치 등 모든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적당한 인격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함께 어울리다 보면 친밀한 것 같은데 결국은 상처를 주고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人間), 지도자와 국민, 자연(自然)과 사람,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의 관계란 멀리하면 서운한 감정을 가진 채 소원해지고, 너무 가까이하다 보면 하루아침에 실망하여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고사가 생각난다. 정치인은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와 믿음을 주고, 국민은 정치인을 공경하되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진정한 지혜로운 국민과 지도자의 모습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교훈이다. 적당한 거리와 무게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서운함과 실망 할 일이 없다.
"국민 여러분! 산(山)의 위대함은 거리를 두고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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