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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그때 그 시절의 가을에는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10.25 10:27 수정 2024.10.25 10:29

| 칼럼·사설실장 조 종 문

시월, 가을이다. 밝은 달빛이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가을밤, 어쩌다 어디선가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귀뚤귀뚤 뀌뚜르르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왠지 정겹게 들려오는 가을이다.
 

까마득한 유년 시절, 달 밝은 가을밤에 들어보던 귀뚜라미 소리, 그 가을의 소리다. 가을이 오는 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운 것은 예년에 비해 지나간 올해 여름 날씨는 그야말로 찌는 듯한 폭염으로 인해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더운 여름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구촌의 날씨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날씨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의 온난화는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현실적인 환경 문제로 대두되어 온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며, 오늘날처럼 과학이 발달되고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변화는 날이 갈수록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안겨다 줄 뿐만 아니라 각가지 기상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현실적 현황을 부인할 수가 없다.
 

기후 변화는 지구촌 곳곳에 예견치 못한 집중호우 현상으로 이어져 마침내 수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키게 하는가 하면, 급기야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까지 가속화 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뿐만아니다. 지구의 온난화는 해수면 온도의 상승을 가져오게 하였으며 바다 생태계마저 혼란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
 

예컨대, 몇 해 전만 하여도 여름철이면 동해에 접해 있는 어촌마을 어귀에는 그야말로 사람들 발길에 차일 정도의 오징어가 어획되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진 것도 사실이 아닌가.
 

돌이켜 보면 아주 오랜 옛 시절, 이맘때쯤 가을이면 시골 마을 들녘에는 벼들이 노랗게 알알이 영글어 가을 들녘이 그야말로 황금빛으로 출렁이었고 벼가 익어가는 들녘마다 참새떼를 쫓아내기 위해 세워 두었던 예스러운 허수아비 모습을 이제는 영원히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떼를 지어 날아다니던 그 많은 참새를 쫓아내기 위해 벼 논 곳곳에 설치하여 딸랑딸랑 정겹게 들리던 빈 깡통소리도 이제는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돈다.
 

뿐이겠는가. 쇠꼴 망태를 둘러메고 벼 논두렁길을 걸어가면서 벼 이삭 사이로 손을 한번 휘두르면 손안에 가득히 잡히던 벼메뚜기를 모아서 숯불에 구워 먹었던 기억, 논두렁에 심어 둔 풋 익은 콩을 가져와 마을 조무래기들끼리 모여 앉아 모닥불로 콩서리를 하던 그때의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도록 깊게 생각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고 살던 보릿고개 시절, 낮은 흙담 하나 사이로 주고받던 정겨움의 따뜻한 시간들,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가 지금은 왠지 절절하게 생각나는 가을이다.
 

생활의 편리함이 넘치는 지금이지만, 우리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통해 알게 모르게 사라져가고 잊어져 가고 있는 예스러움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기성세대들이 체험하고 겪었던 그때 그 시절의 가을 이야기를 한 번쯤 되뇌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시월, 단풍잎이 아름답고 달빛마저 밝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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