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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17경(景)- 천조(天竈)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7.12 10:07 수정 2024.07.12 10:11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18)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옥계 17경(景)인 천조(天竈)는 옥계주차장 건너편 절벽 밑에 있다. 오자병법(吳子兵法)에 따르면 “천조(天竈)란 큰 골짜기의 입구인데 이런 지형에다 군대의 진지(陣地)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데 이는 상대방의 군사들이 깊은 골짜기 양 사방을 둘러싸고 공격을 하면 독 안에 든 쥐의 꼴이 되어 모두가 전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무튼 큰 골짜기처럼 움푹 파인 이곳을 예전부터 천조(天竈)라고 불러왔다.


옥계 17경(景)의 하나인 이곳 천조(天竈)는 예전부터 전하여 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조물주가 온 우주 만물을 먹여 살찌우고자 그 영양소(營養素)를 공급하기 위한 하늘의 부엌으로 쓰기 위하여 만들다.”하였다. 특히“이 부엌은 보이지는 않지만 한번 밥을 하면 우주의 만물을 모두 먹일 수 있을 정도의 큰 솥이 걸려 있는데 단만 배부른 사람에게는 이 솥이 보이지 않는다.”라 하였다.


바로 침수정 건너의 산줄기가 동해를 향하여 내달리면서 큰 등성이를 이루는 가운데 수십 길에 이르는 바위 절벽 밑에 크게 뚫린 구멍이 있는데 이곳이 천조(天竈)이다. 한편으로 어떤 싱거운 사람은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 아래로 크게 뚫린 구멍이 마치 큰 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와 같으므로 이곳을 오고 가던 산신령이나 유람객들이 아마 허기가 진 나머지 따뜻한 한 공기 잡곡밥이 생각이 나서 천조(天竈)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소문을 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일월봉(日月峰)에서 해가 뜨기 시작하면 옥계(玉溪)의 산신들은 옥계(玉溪)의 모든 생명들에게 아침밥을 먹이기 위하여 하늘의 부엌에 불을 붙여 밥을 하는데 이곳이 하늘의 부엌, 곧 천조(天竈)이다”라 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여름철 6,7월이면 수많은 피서객들이 이 천조(天竈)밑을 가득 채우며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여기서 놀던 피서객들은 허기가 지면 이곳 천조(天竈)의 밑에서 밥을 지어 서로 허기를 달래는데 이때 밥을 짓는 연기와 수증기가 천조(天竈) 부근에 가득 찬다. 아마 옥계의 산신령께서도 후대(後代)에 이곳에서 이런 풍경이 펼쳐질 것을 미리 알고는 이렇게 천조(天竈)라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보면 옥계(玉溪)의 37경(景)은 참으로 어느 것 하나 어설프게 이름 붙은 것은 없어 보인다. 다음은 천조(天竈)에 대하여 읊은 손성을(孫星乙) 선생의 시(詩) 한 수(首)이다.

 

 

휑하니 빈 골짜기에 오랜 부뚜막 돌이 있어 有石谽谺古陘然

푸른 연기로 피어오르다 붉은 연기로 바뀌기도 하니 翠嵐留作轉丹烟

산신령이야 세상의 늘 있는 일로 생각하고 빙긋이 웃지만 山靈也笑塵寰態

 

 

 

부엌에서 일하는 이쁜이, 인정은 마음이 타는 듯 뜨겁다네. 媚竈人情熱若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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