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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9경(景)- 삼구담(三龜潭)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17 10:20 수정 2024.05.17 10:25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10)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삼구담(三龜潭)은 침수정(枕漱亭)앞 바로 밑에 있다. 이른바 "배소(舟潭)" 혹은 "구연(龜淵)"이라 부르는 곳에 있다. 

 

삼구담(三龜潭)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여 온다. 예전 중국의 장자(莊子) 삼부자가 황하(黃河)에서 비늘 없는 낚시바늘로 은어(銀魚) 낚시를 즐기고 있을 때 당시 초나라 왕이 사신(使臣)을 파견하여 "그대를 정승(政丞)으로 삼아 이 나라의 정치를 그대에게 맡기고 싶노라!" 하였는데 이때 장자(莊子)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는 "죽어 점을 치는 거북이 뼈처럼 높이 받들어지는 정승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살아서 꼬리를 진흙 속에 끌고 다니며 사는 거북이가 되는 것이 차라리 좋습니다. 나는 안 가렵니다."라 하자 마침내 초나라 왕은 화를 내며 장자와 두 아들까지 거북이로 만들고는 "마음대로 살아라!" 하였다 한다. 이렇게 거북이가 된 장자 삼부자(三父子)는 천하를 자기 집처럼 헤집고 다니다 결국 영덕 강구 앞바다에까지 흘러  와 살았다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던 옥계(玉溪)의 산신령(山神靈)이 동해 용왕에게 부탁하여 중국의 초나라에서 큰 벼슬로 초청하여도 가지 않았다가 결국 거북이가 되어 동해 강구 앞바다에까지 쫓겨 와 살던 장자(莊子) 삼부자가 변한 세 마리 거북이를 얻어 침수정(枕漱亭) 바로 앞의 배소(舟潭), 구연(龜淵)이라 부르는 곳에 풀어 놓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장자(莊子) 삼부자인 세 마리의 거북이도 높은 벼슬이나 부귀영화보다 이렇게 경치 좋은 옥계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좋은 것임을 알고 영원토록 이곳에 서 살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옥계(玉溪)를 더욱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시오!'라 하였다. 

 

이렇게 세상천지에 소문이나 전국 각처에서 이 거북이를 보려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던 어느 해에 산신령(山神靈)도 어쩌지 못할 정도의 심한 가뭄이 옥계(玉溪)를 덮쳐 구연(龜淵)의 물이 없어지고 바닥의 진흙도 모두 말라붙어 딱딱한 돌이 되었는데 이때 동작이 느린 거북이도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결국 진흙과 같이 굳어져 돌이 되어 이제나저제나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돌이 물에 녹아 다시 살아 움직이는 거북이가 될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세 마리의 거북이가 있다." 하여 삼구담(三龜潭)이라 부르고 있다. 아마 지금도 이 세 마리의 거북은 돌이 녹아 다시 살아 움직이는 거북이로 되길 기다리며 침수정(枕漱亭) 밑에서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구르는 돌로 이를 닦으며 팔각산(八角山)의 산신령을 붙잡고 "비는 언제 내리게 하능교?"라며 묻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모른다. 아무도…, 비가 언제 내릴런지는 .... 

 

다음은 침류재(枕流齋) 손성을(孫星乙)선생께서 삼구담(三龜潭)을 읊은 한 수의 시이다.


어느 해 동해의 용궁(龍宮)을 떠났는지…                           何年東海別龍宮

꼬릴 끌며 모두 이 산중에 와있네                                    曳尾偕來此峽中

앉아서 신령스런 거북을 초청했으니 부끄럽지만                 坐致甲靈吾可愧

일찍 들은 적이 있어 예전 공은 갚을 수 있을 것 같네.           曾聞左顧報前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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