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말 한마디의 중요성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3.03.10 23:43 수정 2023.03.10 23:45

↑↑ 조방제(영진사이버대학교 총장 교육학박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되는 말 한마디가 있습니다. 문학작품 속에서, 신문이나 잡지 속에서, 혹은 지인이나 친구한테서 지나치듯 보고 듣게 되는 말 한마디가 깊은 감동을 주고 인생의 흐름을 바꾸게도 합니다.

 

내게는 선생님의 글 한 문장이 꿈과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청송 골짜기에서 나고 자라면서 들로, 산으로 한없이 뛰어다니던 중학교 1학년 시절, 눈 덮인 겨울 산에 올랐다가 누군가가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 있는 토끼를 발견했습니다. 토끼를 잡았다고 기뻐하며 가까이 가보니 토끼가 올가미에서 빠져 나오려고 한참을 버둥거렸는지 목 주변의 털은 많이 빠져 있었고 기운이 없는 듯 떨고 있었습니다.

 

조금 망설인 끝에 결국 올가미를 풀고 토끼를 놓아주었는데 불쌍하게도 처음에는 잘 뛰지도 못하고 비실비실 하다가 아주 조금씩 회복을 하는 듯 뒤뚱뒤뚱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쯤 멈춰 서서 나를 향해 한 번 돌아보고 다시금 모퉁이를 돌아 뛰어갔습니다.

 

그 토끼가 마치 사람처럼 자신을 풀어준 나를 돌아보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서 집으로 돌아와 겨울방학 일기장에 "토끼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궁금하다"며 적었습니다. 개학 후 일기장을 검사하신 국어선생님께서 "토끼를 가엾게 여기고 놓아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고 칭찬하시면서 나중에 교사가 되면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적어놓으셨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일만 보고 자라 특별한 꿈을 갖지 못했던 나는 일기장에 정성스레 적혀 있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가슴 뛰는 나의 꿈을 갖게 됐습니다.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지는 못했지만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 있어 중·고교시절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후 아이의 숨겨져 있는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육대에 진학했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학에서 교사가 되고자 꿈꾸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고 선생님의 지위도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가 무수히 다양한 모습으로 다듬어질 수 있는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우리 선생님의 세심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기 답글 하나에서 한 아이가 미래를 꿈꾸게 하셨듯이, 선생님의 따뜻하고 정성스런 눈길과 진심어린 지도는 또 누군가의 인생에 깊은 강을 흐르게 하고 시원한 바람도 불게 할 것입니다. 지난 날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누구나 마음에 떠오르는 '내겐 특별한 선생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번쯤은 나를 가르치고 돌봐주신 지난 날의 선생님께 감사의 카드라도 보내는 따뜻한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고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