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영해중고 총동창회 수석부회장) |
부산지역만큼 자존심을 걸고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노력하는 지자체도 없을 것이다. 서울지역과 부산지역에 동시에 해사법원을 설치하자는 것이 필자의 목표이다. 그런데, 서울에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부산에 있다. 수요자를 중심으로 보면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서울에 설치되면 서울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서 가지고 가 버릴 것이므로 아예 서울에 설치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이 되어있으니까...충분히 공감이 갔다. 부산만 하더라도 300만인구가 줄어들어서 인천에게 제2의 도시의 지위를 넘겨줄 처지에 놓였다고 위기의식을 가지고 시민들과 부산시가 똘똘 뭉쳐서 주장을 하고 행동에 옮긴다. 인근 포항도 인구 50만이 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50만보다 인구가 줄면 국회의원 의석수가 1석이 줄어드는 것도 포항시가 긴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각 지자체는 살아남기 위하여 경쟁하는 중이다.
과연 우리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은 어떠한가? 얼마전 모교인 영해고등학교에 동창회일로 방문했다. 이번 고등입시에서 학생채우기가 어려웠다고 교장선생님이 하소연을 하셨다. 정원 60면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근 병곡중과 축산중에서 학생을 받아서 49명을 모아서 겨우 3학급을 채울 수가 있었다고 한다. 영해에는 영해여상과 영해고가 있었다. 영해여상이 3학급 180명, 영해고가 3학급 180명 총 360명이었는데, 그 1/3인 60명도 채우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더욱 놀랄 일은 축산중학교는 3학년이 없다고 한다. 축산중학교 홈페이를 들어가 보니 중1 2명, 중 2 2명, 중 3 1명 총 5명이 전교생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향의 중학교가 폐교의 직전에 까지 몰린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폐교가 되면 교직원등의 타지역 이동으로 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감소된다.
인구절벽시대라는 말이 이제 피부로 와 닿는다. 비록 축산중학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출향인 혼자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이다. 아마도 면 단위인 축산면 거주 젊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하여 영덕에 거주하면서 혹은 더 나은 문화적 혜택을 부여하는 포항으로 이주하여 살 것이다. 거주하는 인구가 줄어드니 신생아도 점차 줄어든다. 2년 전에는 축산면은 1명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보도도 보았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가지고 생계가 되도록 경제를 살려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도시에서 제공하는 각종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등학교를 명문으로 만들어 학부모들이 자식을 지역의 고등학교에 보내도록 해야 한다. 모두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고, 개인 한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출향인들은 사실상 이 문제에 있어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다.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에서 생활터전을 잡고 살았다면 우리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생활터전을 버리고 낙향할 수도 없다. 이렇게 보면 출향인들이 할 일은 많지 않다. 그래도 출향인인 우리는 고향이 행정단위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지식층 전문가에 속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지역의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진학이나 인생진로를 결정할 때 교육계통에 오랫동안 종사한 나는 누구보다 폭넓은 조언을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다. 내가 이사로 있는 영덕학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영덕학사는 출향인 독지가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재단법인인데,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 사직동에 학사를 건립하여 40여개의 방을 운영한다. 영덕출신 학생들에게 싸게 기숙을 제공한다. 인기가 높다. 서로 들어오려고 한다. 영덕에서 중·고를 모두 졸업한 학생에게 1순위, 중학만 졸업한 학생은 2순위, 부모가 그냥 영덕출신은 3순위로 하여 기숙사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지방의 중·고출신을 우대하자. 각 동창회는 기숙사 비용을 장학금의 형식으로 지원해주면 지역의 고등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또한 지역을 위한 최고위과정을 만들어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고려대의 바다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 경험을 살릴 수 있다. 4개월 공부하는 최고위과정을 꾸려서 지역에서 리더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시간에 2강좌씩 수업을 하면 된다. 영덕까지 KTX-무궁화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서울에서 강사가 내려오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줌을 이용한 비대면 강좌도 가능하다. 수협과 농협의 조합장, 군의원, 군수 후보자들을 위한 수산업, 농업관련 법률, 경영관련 강의, 인사관리, 행정, 지역의 역사, 지역의 관광자원, 교양강좌 등 30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출신 전문가를 강사로 모실 수 있다.
출향인 단체들이 많다. 각 단체들은 지금도 각종 의미있는 일들을 하면서 고향을 돕고 있다. 지역살리기 운동이야 말로 우리 지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를 각 출향인 단체의 사업으로 정하여 꾸준하게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각 지역의 행정책임자들은 출향인들의 이런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해야한다. 소멸해가는 우리 고향을 살리는 데는 현지주민과 출향인들이 따로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한다. 줄어드는 인구를 두고서 생존을 위해 각 지자체가 경쟁하고 있다는 절박감과 위기의식을 우리 모두 가져야 우리 지역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