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기고

[기자수첩] 영덕 산불, 재앙을 기회로 바꿔야 할 시간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7.04 10:18 수정 2025.07.04 10:22

역대 최악 산불에 검게 그을린 산야, 회복보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
과거 해맞이공원처럼, 폐허 위에 새로운 영덕을 그려야 한다

↑↑ 박문희 기자
영덕군을 덮친 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역 생태계와 주민 삶을 뒤흔든 재앙이었다. 이번 산불은 기상 관측 이래 영덕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수천 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고, 마을을 에워싸던 울창한 숲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검게 그을린 산자락은 자연의 순환이 무참히 끊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행이 지역을 바꾸는 새로운 기회의 서막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영덕은 자연의 상흔을 기회로 바꿨던 전례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산불로 황폐화된 지역에 조성된 해맞이공원은 현재 영덕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당시에도 폐허가 된 산야를 복원하기보다는,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고 단순 조림이 아닌 생태 복원과 관광 인프라를 결합한 전략적 선택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고, 주민에게도 희망을 안겼다.
 

이번 산불 피해 또한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단기적인 조림 사업은 급한 복구에 도움이 되겠지만, 영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보다 근본적인 재설계에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형식적인 복원보다는, 지역의 기후·지형·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절실하다. 산림의 생태적 가치를 되살리는 한편,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은 산불로 황폐화된 지역에 탄소흡수원을 고려한 스마트 산림 조성, 친환경 에너지 기반의 관광지 개발, 주민 참여형 도시숲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수준을 넘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지역 모델을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방도시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목소리다. 지역사회가 상처를 치유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행정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재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 복구에 급급해 땜질식 행정에 머문다면, 이번 기회는 또 하나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반면, 이번 산불을 계기로 영덕의 미래 비전을 재정립하고, 회복을 넘어 혁신의 계기로 삼는다면 비극은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명백한 재난이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운명은 갈릴 수 있다. 과거 해맞이공원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영덕은 폐허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세워야 한다. 자연과 인간, 생태와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영덕. 지금이 바로 그 비전을 구체화해야 할 시간이다.



저작권자 고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