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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영덕 산불피해와 극복방안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4.18 09:51 수정 2025.04.18 09:53

김 인 현 교수(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영해중고 총동창회 직전 회장)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의성에서 발화된 산불이 바람을 타고 3월 25일 영덕에 이르렀다. 초당 24미터를 이동하는 바람이 불씨를 영덕으로 날라왔다. 사람이 1초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5미터 정도인데 이렇게 빠른 속도의 산불을 막을 방법은 없다. 불이 난 산을 돌아보면 군데군데 불길이 지나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통상은 집중적으로 산의 일부가 모두 탄 다음에 다른 곳으로 불길이 이동되는데 이와는 다른 특이한 형태의 불이 났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번 불을 도깨비불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난 산불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산불이다.
 

초토화된 영덕의 7개 어촌계는 바로 바닷물이 가까이 있었다는 점에서 소화준비가 되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을 끄기가 힘든 물질이거나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서 난 불도 아니다. 소화전과 소화호스가 마련되어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 서울이나 부산이나 대구와 같은 대도시에서 민가에 발생한 불이라면 몇 시간 동안 화마에 휩싸여 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화재에 대비한 연습을 고향에 살면서 행한 기억도 없다. 어머니 집에 소화기가 없다. 그만큼 시골에서는 화재에 대한 대비가 도시에 비하여 부족함을 느낀다.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 깊은 산속에 난 불은 임도가 없는 이상 소화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영덕 화수리 등과 노물, 석동과 같은 곳은 민가에서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빠른 속도로 산을 타고 번진 불이라서 속수무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년 전 울진에서도 큰 산불이 민가를 덮친 적이 있다. 다시 한번 화재 예방과 소화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덕군과 경상북도의 공무원들의 이번 재난에서 기울인 노고에 감사를 함과 동시에 다시 한번 점검과 대비를 청한다.
 

안동의 경우 보백당의 만휴정은 안동시에서 방염포를 가져와서 덮어두어서 화재를 피해갔다고 한다. 영덕 축산항 도치머리 소재 정효각이 완전 전소된 필자는 집안의 유적이 소실된 점이 정말 아쉽다. 경보장치를 해두어서 집안의 담당자가 불이 났음을 알았다면 소화가 되었을 터인데 아쉽다. 그러고 보니 소화기도 비치되지 않았다. 우리 집안에서도 이런 대비만 했다면 화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성과 안동에 먼저 발생한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가 거의 모두 나갔고 늦게서야 영덕에 돌아와서 소화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말이 있다. 자기 집을 지킬 최소한의 소방차는 남겨두어야 한다. 전체 소방대의 운용에 대한 매뉴얼이 있을 터인데 매뉴얼에 따랐는지 궁금하다. 매뉴얼이 없다면 매뉴얼을 두어야 하고 소방차가 부족하다면 증차를 해야할 것이다.
 

보험의 중요성도 새삼 알게 된다. 어촌의 경우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 에 어선이 정책보험에 가입되게 된다. 노물 등에서 불에 탄 어선의 선주는 어선보험에 가입되었다면 보험금을 받게 된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어선 선주는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재난지원금에 의존해야 한다. 영덕의 양식장 중에는 육지에 올라와 있는 것이 있는데 가입된 보험약관을 보니 바다에 설치된 양식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화재로 인한 경우는 보험사고가 아니라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보험자의 역할을 하는 수협은 과연 이 약관에서 말하는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양식장에 알맞은 것인지 확인하여 설명해주어야 한다. 양식보험이 이와 같이 가입되었다면 수정되어 보험에 가입되어야 하고, 산불로 인한 손해도 보험사고에 포함시켜야 한다.
 

피해자들이 가옥이나 농기구나 어선에 대해 보험에 가입되었다면 보험으로 손해를 전보받고, 모자라는 부분에 대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지원금을 국가로부터 받게 된다. 이를 넘어서는 금액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국민들이 자유롭게 내는 성금이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와 개인 부담금이 많은 피해자는 전국 각지에서 답지하는 성금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집을 잃어버린 가정이 새로운 집에서 기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산항, 강구항, 영해, 영덕 등에는 빈집도 많다. 빈집의 주인을 찾아서 짝을 지어주어 임대로 빈집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출향인들의 빈집은 그들이 마음을 먹으면 가옥 소실자들의 숙박 장소로 쉽게 사용될 수 있다. 수해나 화재 시 집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사고 시 바로 예비로 마련된 가옥으로 임대하여 입주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물과 석동과 같이 바다에서 보면 아름다움이 절정인 해안가 지역은 아름답게 재건축하여 새로운 관광단지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지역은 원전의 후보지로 설정된 적이 있어서 이와 관련된 재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빨리 산불의 피해로부터 복구되어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 화재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실의에 빠진 주민들은 당장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CEO 아카데미, 영덕 아카데미와 같은 공부하고 사교하는 모임을 열어주는 것도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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