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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공생해 자라는 송이버섯은 인공 재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송이 산지는 수십 년간 농가들이 관리하고 가꿔온 '반(半)자연 농지'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20년 이상 자란 소나무들이 전소되면서, 사실상 한 세대 동안 송이 생산은 불가능해졌다.
송이 생산 농가들은 "산불이 나면 토양에 있는 유기물이 다 사라지고, 토양의 질이 심각하게 나빠지게 되는데, 이 회복에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소나무가 원래 크기로 자라는 데는 평균 30년, 산불 이전의 숲 밀도를 80%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도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단순히 나무가 자라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와 토양, 송이균의 서식 조건까지 복원이 필요해 장기적인 회복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송이 농가 A씨는 "하루하루 산에 올라가 낙엽을 긁고, 햇볕과 습도를 조절하며 키워온 터전인데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며 "이제는 자식에게도 물려줄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2024년의 경우, 영덕군은 전국 송이 생산량의 22.3%에 해당하는 15.8톤을 생산, 약 33억 원의 생산액을 기록했으나 이번 산불로 이 같은 지역의 주요 소득원이 사실상 붕괴되었다. 특히 자연산 송이버섯 생산량에서 영덕군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할 만큼 독보적이다.
지난해(2023년) 영덕군은 전국 송이 생산량의 18.3%에 해당하는 11.5톤을 생산해, 32억 3천만 원의 판매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영덕군은 전국적인 송이 유통의 중심지이자, 지역 경제의 핵심 기반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피해는 지역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022년 울진 산불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으며, 송이 농가들을 위한 국민 성금이 배정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그마저도 아직 가시적인 대책이 없다.
송이 농가 B씨는 "자연을 지켜온 이들이 바로 우리인데, 어디서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임산물 농가도 재난 대응 체계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재해의 규모만큼이나 제도의 공백도 컸다. 50년을 기다려야 하는 산지 농가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생계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