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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영덕 산불 복구의 숨은 영웅들

조원영 기자 입력 2025.04.04 10:21 수정 2025.04.04 10:37

고립 주민 구조부터 긴급 지원까지… 목욕탕 개방부터 의료 봉사 등
화마 속에서도 피어난 감동...위기의 순간, 빛난 시민의식


[고향신문=조원영기자] 경북 영덕군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피해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으나, 지역사회와 여러 단체, 기업, 개인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미담 사례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누구하나 할 것없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공동체의 힘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영덕읍 내 5개 목욕탕(삼화사우나, 제일목욕탕, 동방사우나, 영덕목욕탕, 청자목욕탕)이 산불 피해로 생활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무료로 목욕탕을 개방했다. 하루 동안 약 200명의 이재민들이 이 시설을 이용하며 씻을 수 있었고, 산불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목욕탕 업주들은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 기쁘다"며 "이재민들이 힘을 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뚜벅이 마을'이라는 청년 봉사단체는 영덕 국민체육센터를 찾아 임시 대피소에 텐트를 설치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한 영덕읍에 핫팩 500개, 축산면에는 점퍼 등 의류 400벌을 기부하여 이재민들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영덕군 남정면 도천리에서는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지 못한 어르신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이를 확인한 남정면 직원 김성근 씨와 장사리 이장 김진만 씨가 협력하여 해당 주민을 부축, 안전한 경로당으로 대피시켰다. 신속한 판단과 행동 덕분에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8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한 수기안토 씨는 지난달 25일 몸이 불편한 마을 주민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집마다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할머니, 산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해야 해요!"라고 소리 지르며 잠든 주민들을 깨웠다. 수기안토 씨는 주민들이 빠르게 대피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주민들을 업고 약 300m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대피시켰다.
 


농협중앙회 영덕군지부와 농가주부모임 영덕군연합회 회원들도 재해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이재민을 위한 식사 지원과 구호물품 전달에 나섰으며, 피해 지역 복구 작업에도 동참했다. "이웃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나선 이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영덕군 남성의용소방대 및 여성의용소방대 대원들도 자원봉사에 힘을 보태며 피해 복구에 앞장섰다. 이들은 이재민들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피해 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도우며 지역사회의 안전과 재건을 위해 적극 나섰다.
 


이어 영덕군바르게살기운동 영덕군협의회 회원들은 이재민들의 식사를 지원하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피해 주민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며, 정서적 안정과 체력 회복을 돕는 데 기여했다.
 


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본부는 포항의료원, 포항성모병원, 동국대 경주병원 등과 함께 영덕 국민체육센터에서 의료 봉사를 실시했다. 또한 세명기독병원과 대구한의대 산학협력단도 이재민들을 위해 의료 지원을 이어갔다. 경북한의사회와 대한한의영상학회, 대한약침학회 등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한방 진료 봉사를 조직하여 트라우마 관리와 신체적 건강 회복에 힘쓰고 있다.
 

포항 해병대 1사단은 315명의 병력을 투입해 영덕군 산불 진화에 큰 힘을 보탰다. 군민들은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해병대 또한 "영덕군의 빠른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불로 인해 석리항(40명), 경정3항(61명), 축산항(3명) 방파제에 고립된 주민 104명이 울진해경과 민간 어선의 협력으로 안전하게 구조됐다. 특히 낚시어선 삼손호(선주 홍영주)와 어선 유풍호(선주 이우용)가 구조에 앞장서며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었다.
 

대호수산은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 3천만 원 상당의 붉은대게다리살 2,100개를 기부했다. 또한 수산업경영인연합회는 생수 및 음료 100만 원 상당을 지원하며 이재민들의 생필품 수급을 도왔다.
 

행정안전부 공무원 권남형 주무관은 영덕 출신으로, 개인 연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와 산불지휘본부에서 정보 연계 업무를 지원했다. 그는 "영덕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구건강활력센터 대피소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대피 과정에서 기저귀를 착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이에 따라 강구면 적십자 봉사단은 신속하게 역할을 분배하여 어르신을 돌보고 위생 문제를 해결하며, 다른 이재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영덕군 물관리사업소 유영정 팀장은 산불 피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업무를 도맡아 오다 과로로 인해 현장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그의 헌신적인 노력은 군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신성E&C 김영덕 대표는 본인 소유 공장이 화재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에 그을려 부상당한 개 두 마리를 구조하여 영덕군 동물보호협회에 인계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행을 실천했다.
 

한진택배 영덕대리점의 한 기사는 네이버 실시간 제보톡을 통해 산불 현장을 빠르게 공유하며, 외지에 있는 군민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전한 그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다.
 

이처럼 영덕군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의 온정이 모여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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