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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소식

“45분간 맨손으로 운전자 붙잡아”... 눈길 사고서 생명 구한 소방관의 헌신

조원영 기자 입력 2024.11.29 13:40 수정 2024.11.29 18:09

˝11m 교량 난간에서 멈춘 생명… 맨손으로 지켜낸 영웅“
˝아찔한 교량 추락 막은 소방관, 45분 사투로 생명 구하다“
˝추락 직전 멈춘 삶… 끝까지 잡아준 소방관의 손길“

↑↑ 사고현장 사진

[고향신문=조원영 기자] 지난 27일 오전 9시 29분, 경북 안동시 풍산읍 중앙고속도로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교량 난간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충격으로 트레일러 운전석 일부가 파손됐고, 60대 운전기사는 하반신이 11m 높이 교량 난간 밖으로 빠져 아찔한 상황에 처했다.

현장에 출동한 안동소방서 풍산119안전센터 박준현(34) 소방관 8년 차, 소방교는 맨손으로 운전기사를 45분간 붙잡아 추락을 막아냈다. 그의 헌신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소방대원 20여 명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트레일러 운전석 내부는 이불로 가려져 있었다. 이불을 치우자 운전기사는 상체만 간신히 운전석 안에 걸친 채 하반신은 난간 밖으로 빠져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교량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박준현 소방교는 “손을 뻗어 보니 간신히 운전기사의 손이 닿았다”며 “무조건 잡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곧바로 운전기사의 팔을 맨손으로 붙잡고 추락을 막았다. 이후 15분이 지나 펌프차에서 로프를 가져와 운전기사의 팔을 휘감았고, 다른 구조대원들과 함께 버팀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추락 위험이 워낙 높아 교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사고 여파로 손에 피가 가득했고, 눈과 추위 속에 버틴 45분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며 몸이 점점 아래로 처졌다. 박준현 소방교는 “운전기사를 진정시키며 계속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며 “눈이 계속 내리고 손이 얼어붙는 상황이었지만,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레일러 차체 일부가 아래로 떨어지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협소한 구조 공간 탓에 작업도 더뎠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교량 아래 국도에 에어매트를 설치한 뒤 굴절차를 동원해 사고 발생 1시간 1분 만인 오전 10시 30분, 운전기사를 안전하게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운전기사는 구조 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그는 당시 박준현 소방교가 없었다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2016년 11월 소방관으로 입직한 박준현 소방교는 8년 차 구급대원으로, 이번 사건에서도 그의 헌신이 빛을 발했다. 그는 “상황이 악화되었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구조에는 안동소방서와 예천소방서 도청119안전센터 등 20여 명의 소방대원이 협력해 긴박한 상황을 수습했다. 이들은 추운 날씨와 복잡한 구조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소중한 생명을 지켰다.

눈길에서의 한순간의 사고는 비극으로 이어질 뻔했지만, 한 소방관의 용기와 헌신이 운전기사의 생명을 구했다. 박준현 소방교의 활약은 국민들에게 진정한 영웅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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