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입학 했으면 누구나 졸업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 당연한 일에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학비 마련이 어려운 경우는 기슴 조이며 그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기를 빌고 또 빌 것 아니겠는가? 졸업을 목마르게 기다리게 된다는 말이다.
그 기슴 설레는 시작 중 큰 시작의 하나가 개학이다. 신학기의 시작이다. 봄학기는 새학년의 시작이라는 설렘과 새학교에 입학이라는 더 큰 설레임이 있어 축제 분위기지만 가을 학기는 좀 다르다. 하지만 졸업반 학생들에게는 초, 중, 고, 대학이라고 하는 큰 마디의 한 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학기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어딘지 묵직한 그 무엇인가가 가슴을 채울 것이다. 그동안 잘 해 온 것을 이번에도 잘해서 잘 마무리 하고 싶다는 다짐, 아니면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만회해서 후회없는 마무리를 해보이겠다는 다짐, 등으로 한껏 가슴 부풀어 있을 것이다. 한편 계절적으로도 9월이라고 하면 공연히 콧노래가 절로 나오며 가슴을 펴게 되는 가을의 사작이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9월이 오면 이라는 제목의 애창곡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난날을 떠올려 보면 여기서 긴말을 써 내려가는 것보다 훨신 정감있게 독자의 가슴을 어루만질 것이다.
밀린 방학 숙제를 끝내느라 밤을 새우고 밀린 일기를 만들어 쓰느라 머리를 쥐어 따다가 날씨는 기억해 낼 수 없어 울상이 되던 어린 날을 떠올리는 노인들은 그때가 그리워 죄 없는 백발만 쓰다듬다가 눈가가 젖어 오기도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의 설렘이 아득하기만 한 그들은 그렇게 지긋지긋하던 더위가 물러가려 하는 것 조차 섬뜩할 정도로 세월의 흐름이 겁나는 일이다.
요즘 아이들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왜 걱정을 하지? 그들은 그런 대답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깊이 생각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참 좋은 세상에 사는건지 멋 없는 세상에 가는 건지 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 조차 그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일이다. 무엇이 어째서 매말랐다는 건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 되지 않아서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매말라? 사람에게서 물이 나오나? 이런 엉뚱한 생각을 잠시 굴려 보는 아이가 있다면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다.
날씨가 더워도, 코로나가 다시 극성이라 해도 오불관언 오직 예정대로 새학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신나게 가방을 챙기고 친구들을 만나 재잘댈 생각으로 온통 머릿속이 웃음이다. 시험도 핸드폰을 검색하면서 보라 하지 않는 게 매우 못마땅 한 아이들일지도 모른다는 객쩍은 생각을 하면서 천진한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부러운 툰으로 쳐다보는 노년의 주름살 사이로 가을햇살이 정겹게 흘러든다. 그동안 견뎌내느라 애쓰셨다는 위로의 손길인양 햇살은 조용히 노안을 감싸 안는다. 자 이제 가을이라는 새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던 길고 도 긴 여름은 훌쩍 자취를 감출 겁니다. 그러면 또 한 계절이 갔다느니 가을이 없어졌다느니 하면서 한 계절을 하릴없이 놓아 보낼 겁니다. 그러다가 에그 또 한해가 가버렸네 또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나, 하면서 자조의 혼잣말을 되뇌이실 겁니다.
가을이 속삭인다. 바로 앞을 지나가는 하루라는 날들을 허송하지 말라고 조곤조곤 속삭인다. 오늘을 즐기라고, 오늘이 최고라고 오늘이 바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마음 설레보라고, 왜 쓸데없이 쳐져 있냐고, 옛 애인 처럼 속삭인다. 그래 가을이다. 즐기자.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다 우리도 설레어보자. 오곡백과 무르익고 더도 덜도 말라는 한가위가 코앞이다. 그래 인생은 살아볼 만 한 것 임에 틀림이 없다. 자 9월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