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하고 지친 한 촌로를 주시한다
세파에 떠밀리며 치열하게 투쟁하고
생존경쟁에 시달린 심신.
축 늘어진 어깨 위에
한 잎 남은 잎새처럼
퇴색된 세월이 내려앉는다
등 뒤로 흘러 보낸 시간 속에
먹빛 같던 검은 머리가 은빛으로 물들고
돌아보니 왔던 길은 희미하며
시야엔 갈 길이 또렷한데
인생, 칠 부 능선에 서서 배회한다
언제 여기까지 왔을까?
날아 갈듯이 달려왔나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애써 자위를 해봐도
두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네.
●인사동 시인협회부회장. 아·태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신문예윤리위원. 영덕문인협회감사. 에스프리본상수상. 영덕군자활센터운영·인사위원. 영덕군사무관 은퇴. 녹조근정훈장수상. 영덕읍교회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