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은혜를 잊지 말아야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6.14 10:43 수정 2024.06.14 10:45

김 청 자( 패션 디자이너/ 김청자 브띠끄 대표)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 중 으뜸이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한다는 것이라면 도리질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받은 은혜에 보답하려 애 쓰며 살아간다고 함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아주 큰 은혜는 잊거나 거의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며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흔히 하나님의 은혜나 부모의 은혜를 너무 커서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지적들을 하는데 맞는 것 같다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을 많이들 들어 온 기억이 있을 것이다.

 

6월은 현충일과 6.25가 들어 있어서 녹음의 아름다움에 취하기보다 처연한 심사로 옷깃을 여미는 달이다. 말은 쉬울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하나씩 밖에 없는 목숨인데 나라를 위해 흔쾌히 내 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면면히 이어 온 조상들의 호국정신과 나라가 위급할 때 만사 다 뿌리치고 앞에 나서서 나라를 구했던 수많은 영령들 덕택으로 오늘 이렇게 발전된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은혜를 생각하면 평소의 우리 무관심이 엄청난 죄임을 깨닫게 된다. 

 

현충일을 만들어 행사를 하고 기리는 것도 다 그런 마음가짐을 다잡자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좀 더 경건하고 다소곳하게 6월을 보내야 한다. 국제화 시대라 해서 우리도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해 보기도 했지만 내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전쟁에 와서 아까운 목숨을 던져 우리를 구해 주고 갔다면 그 분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잊지 않고 고마워하고 그 분들에게 진 빚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사는 것일 것이다. 

 

장진호 전투를 담은 영상이 화면을 채운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 평안북도 한가운데 장진호라는 큰 호수가에 미군 1개사단이 진격해 들어간다. 압록강이 지척이라 통일을 눈앞에 둔 듯 했다. 그러나 은밀하게 숨어서 밤으로만 이용해서 깊숙이 들어온 중공군의 인해 전술에 밀려 아군은 독안에 든 쥐가 되고 만다. 미군의 전멸에 가까운 패전으로 끝난 이 전투에서 엄청난 사상자와 포로를 낸 미군은 치욕의 철수를 하면서 전우의 시신을 수송할 수가 없어 현장에 마치 짐짝처럼 채곡채곡 쌓아 놓고 떠난다.

 

부상자를 덮기 위해 죽은 전우의 옷을 벗기기도 하는 병사의 참담한 표정은 아예 무표정이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과 눈보라에 벽안의 젊은이들이 소리 없이 스러져 가는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다. 그들은 지금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죽어가는가? 우리는 저들을 위하여 무엇을 하였는가? 부끄러웠다. 그저 한국 전쟁사의 한 부분으로 들어왔을 뿐 그 실상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게 솔직한 고백일 수 있다. 나만 그랬다면 오히려 다행한 일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나와 비슷한 수준의 대응이 아닐까 모르겠다.

 

듣도 보도 못한 생판 남의 나라, 지구 반대쪽의 한국이라는 낯선 이름의 나라에 젊음을 안고 달려와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저들의 심사, 그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애타는 마음을 어떻게 위로한단 말인가? 우리는 저런 희생의 제물 덕에 오늘의 번영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은혜를 잊고 있다면 이보다 더한 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들과 저들을 보내준 그 나라에 감사해야 한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저 은혜를 갚을까? 저들이 바라던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갚는 것이다.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못다 보고 떠난 이 지구의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보은의 길 일 뿐이다. 우리가 배고플 때 구호물자를 보내줘서 입히고 먹였으니 우리도 어려운 나라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배부르면 배고팠을 때의 고통을 잊어버린다. 내 등이 따뜻하면 헐벗었을 때의 괴로움을 생각하기 힘들다. 인지상정이다. 교육으로 일깨우고 되새겨 주어야 한다. 염치없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자신에게 되 뇌이고 있는 것이다. 

 

출렁이는 동해에 아침 해가 불끈 솟는 영상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이어서 시추선이 떠있는 포항 앞바다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각도의 탐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는 가슴을 뛰게 한다. 아 그날이 오면 내 고향 영덕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려들까? 

 

그런 날을 위해 우리 고향 영덕이 친절하고 사랑 넘치는 고장으로 자리매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으로 넘쳐나는 나라 친절한 대한민국을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아아 대한민국 빛나는 우리조국이여 영원하여라!



저작권자 고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