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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금요칼럼] `찐 덕질`과 `팬덤`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24 10:46 수정 2024.05.24 10:48

장 빈(빈에듀컬처 대표/ `매너갓사이드` 유튜버 크리에이터)

가요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요즈음 대한민국 최대 관심사는 '트바로티'로 잘 알려진 가수 김호중이다. 그가 음주운전 사건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아침에 눈을 뜨면 그의 관련 기사를 찾게 되고 실시간 영상 뉴스를 시청한다. 

 

가수 김호중과 그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수사망이 좁혀지자 경찰조사에서 뒤늦게 음주량을 '소주 10잔' 마셨다고 진술했다. 어디 그 뿐인가. 사고를 낸 지난 9일 전후로 탄 차량 3대 중 2대에 해당시점 기준 블랙박스에 메모리 카드가 없었던 상태였지만 계속되는 수사에 사고차량 메모리 카드를 삼켰다는 진술이 뉴스에 보도 되었다. 

 

검찰총장까지 나서 강력한 대응을 언급함에도 경남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공연은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음주운전 스캔들에 휘말린 가수 김호중이 팬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과감하게 공연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참으로 여러 생각들이 중첩(重疊)되어 지나갔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한마디로 '찐 덕질'과 '팬덤'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 아닐까. 보도에 따르면 15만 명에 이르는 카페 회원과 팬들은 20만 원이 넘는 표도 팔아주며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 경찰에 입건된 뒤 처음 연 창원 콘서트에서 김호중은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팬들을 향해 자기의 결백을 직접 호소하였고 "결과가 나오면 집으로 돌아오겠다."며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의 실수에 대해서도 일부 팬들은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이럴수록 우리가 더 뭉쳐 힘들어하고 있을 김호중을 무조건 응원해줘야 한다."라고 말을 했다. 관련 뉴스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김호중의 공연이 이틀이나 진행되는 풍경을 어찌 예사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1980년대 가요계는 가수 조용필과 이문세를 좋아하는 오빠부대가 등장했고, 90년대에는 HOT와 GOD가 등장했다. 2000년대에는 빅뱅과 동방신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뉴진스 같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 결성되어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트롯 열풍이 불면서 임영웅, 영탁, 송가인, 김다현 등을 비롯한 중장년층의 팬덤 또한 커지는가 하면 스포츠계도 손흥민 팬덤 등이 형성됐다.

 

팬덤은 정치권에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를 따르는 박사모와 태극기 부대,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 문재인의 문빠, 이재명의 개딸, 윤석열의 윤사모와 대깨윤 등이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특정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선에서 머물렀지만 이제는 맹목적이고 광적으로 지지하며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여기고 저주와 비난을 퍼붓기 일쑤다. 편향적이고 폐쇄적이며 무차별적으로 공격의 발톱을 드러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 한 때 순수했던 팬덤 문화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현상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산업화 시대를 지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곳곳에 팬덤 문화가 형성되며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속도' 보다는 '방향'일텐데 미디어와 SNS의 급속화된 발달로 스타나 유명 인사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실시간 직접적인 소통도 가능하다보니 특정인을 무리지어 열성적으로 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나 특정인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너그럽다. 이번 김호중 사건은 그 병폐가 치유 불가능한 막장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라 생각된다. 소수의 극렬한 팬덤에 함몰돼 도덕과 상식, 이성을 저버린 채 몰락의 활주로로 내닫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 말에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고 했던가. 

 

한편, 우리는 '찐 덕질'과 '팬덤' 문화가 연예인에게 진정한 해방구인지 또 다른 감옥인지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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