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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10경(景)- 소영담(嘯咏潭)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4.05.24 10:40 수정 2024.05.24 10:43

영덕의 명승절경 옥계 37경을 찾아서(11)
| 영덕문화원 이완섭 사무국장

소영담(嘯咏潭)은 달산면 옥계리, 포항시 죽장면 하옥리로 가는 길, 즉, 동대산(東大山)으로 오르기 위한 길목 초입(初入)에 있다.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석허머리 부근에 있다. 소영담(嘯咏潭)은 동대산 정상에서 흘러내려 오는 계곡물이 이곳에서 잠시 멈췄다가 옥계로 들어가기 위하여 호흡을 가다듬는 곳이다. 계곡물이 모인 작은 소(沼)이다.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예전 어떤 게으른 선비가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에 살며 핑계를 대기를 ‘막히면 돌아가고, 붙잡으면 잡혀 있는 물처럼, 막히면 타고 넘고 붙잡으면 뭉쳐 물이 되어 흐르는 안개나 구름의 본성(本性)을 배워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며 옥계에 사람이 살기 전부터 이곳에 살면서 세월을 낚으며 간간이 뛰어난 경치를 가진 소영담(嘯咏潭)으로 그럭저럭 알만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주위의 절경(絶景)을 벗 삼아 진달래, 머루, 다래로 빚은 술을 나누며 한 수(首)의 시를 지어 읊으며 속세의 정과 속세를 떠난 정을 주고받았는데 흥(興)이 도도해지면 흐르는 옥류(玉流)에 풍덩 뛰어들어 술에 취한 정신을 옥류(玉流)에 담가 동대산 저 멀리 던져 보내며 가는 세월을 잊곤 하였다.’”한다.


이렇게 세월을 잊은 체 아직 동대산 초입에 살고 있는지 아닌지를 아는 사람은 현재는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당시 모인 친구들 가운데 누가 지어 읊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주고받은 한두 수(首)의 시 중에 “시를 읊고 휘파람을 불며 조용히 숨어 사는 사람, 생각은 끝이 없네. (幽人嘯詠無窮意)”라는 것의 한 구절을 빌려 소영담(嘯咏潭)이라고 이곳에다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닐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벌써 옥황상제 곁이나 동해 용왕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 이름을 붙인 사람이 누군지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에 없는 큰 상을 주려고 옥계의 산신령은 사시사철 옥계를 순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옥계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철이와 숙이도 왔다 가고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은 유한(有限)하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열 길 물속을 알고자 하는 것, 그것이 우리들의 인생이 아닌가? 자연은 무한(無限)하다. 옥계(玉溪)는 영원하다.


어찌하든 한잔의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과 방금 지은 한 수(首)의 시를 서로 돌려가며 읊조리는 즐거움이야말로 참으로 신선(神仙)들의 즐거움보다 더 좋은 것은 아닐까?


다음은 침류재(枕流齋) 손성을(孫星乙)선생께서 소영담(嘯咏潭)을 읊은 한 수의 시(詩) 이다.

 

오므린 입으로 소릴 내며 무릎 당겨 읊어도 蹙口作聲抱膝吟

이때의 이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주지 않으니 此時不識此何心

거문고만 당겨 몇 곡조 튕기며 세 번이나 탄식하지만 瑤琴數曲仍三歎

 

 

 

산 절로 높고 물은 저절로 깊다네. 山自峩峩水自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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