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흔들리는 지팡이 너머
소독 냄새 가득한 진료 대기실
‘아랫마을 벗님 아니신가’
‘맞아 오랜만이네 별일 없으시고’
‘여긴 어떻게 왔는가’
‘기침이 심해 지난밤엔 꼬박 뜬잠이었네’
‘오래된 기색이네, 아이들은 알고 있는가’
‘아이들 바빠, 이러다 금방 나을 텐데 뭘‘
‘소싯적 못 보고 이제 병원에서 보게 되네’
간만에 안부, 자식 자랑에 후련한 속내
오늘이 있어 참 다행이라 달래보며
고난과 아쉬움의 뒤안길 접어보지만
두툼한 목도리로 스며드는 꽃샘추위
물오르는 매화꽃 바라보며
힘겹게 자아올린 오늘 하루가
내일도 안녕하길 어제처럼 소망해 보며
‘아이들은 잘 지내는지’ 궁금도 병이 될까
붉은 노을 길게 늘어선 골목 어귀
길고양이 달음질에 찬바람 배어들면
속없는 봄밤에 깊어가는 쉰 기침 소리
머리맡 전화벨 소리는 언제쯤 울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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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살아가며 사랑하며」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