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장 빈 (빈에듀컬처 대표/ JBTV 유튜브방송) |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평했다. 인간은 개인으로서 존재하지만, 그 개인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사회 속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려면 타인과 대화를 해야 하고, 대화를 풀어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설득’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중요성을 설파한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그가 수사학(Ars Rhetorica)에서 강조한 설득의 3대 요소는 첫째, 에토스 (Ethos)로 인품과 인격이며 둘째, 파토스(Pathos)로 감성이고 셋째, 로고스 (Logos)로 이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인품과 인격을 뜻하는 에토스(Ethos)다. 화자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해도 화자가 전하는 메시지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최근 국감 현장이나 대선 후보자 토론을 보면 실망이 크다. 남의 얘기는 건성으로 듣고 자기주장만 하려든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상대방 질문에 허허실실 웃으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등 남의 약점을 들춰내 망신만 주려 한다. 말 안 해도 다 알 사실을 드러내 말하다보니 생색내기로 들린다. 과거 자신의 발언을 근거자료로 제시하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토론이 거듭될수록 짜증난다. 따라서 설득을 제대로 하려면 말의 유창함이 아닌 말의 진정성, 즉 화자의 인품과 인격이 중요하다. 에토스가 윤리학의 어원이 된 이유도 이런 도덕성의 맥락이 아니었을까.
둘째, 파토스(Pathos)다. 이는 청중의 감정이나 욕구에 호소해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설득 수단으로 청중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파토스가 일시적인 감정적 흥분 외에 지속적인 열정의 뜻도 있지만, 문자 자체로는 ‘고통’과 ‘병’을 나타내는 패스(path)의 어원이기도 하다. 에토스와 파토스를 잘 이용한 대표적 인물은 아돌프 히틀러다. 그는 스스로도 명 연설가였다. 나치 정권의 선전 장관이었던 파울 괴벨스를 등에 업고 독일인의 전폭적인 신뢰를 이끌어냈다. 괴벨스는 예술과 뉴미디어를 통해 독일 대중이 히틀러를 사랑하게 만들었고, 독일 대중이 스스로 나치가 되어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었다. 그는 최후까지 히틀러에게 충성했으며,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 날 총리 관저에서 부인과 함께 자살했다. 히틀러는 어떤 집회에서나 청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했으며 이들의 동경과 욕구를 파악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냈다. 그 결과 청중은 광기에 가까운 충성심을 보였다. 이렇듯 이성적 접근보다 감성적 표현일 때 더욱 강하게 설득할 수 있다.
셋째, 로고스(Logos)다. 이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방법이며 객관적 연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 로고스가 ‘논리학(logic)’과 학문을 의미하는 ‘로지(logy)’의 어원이 된 것도 그래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가 파토스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입증된 사실보다 믿고 싶어하는 사실에 더 이끌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를 설득할 때는 그 중요성을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의 비중으로 보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연설한 에이브라함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과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유명한 마틴 루터킹, “국민에게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던 존 F 케네디의 취임사 역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세가지 비중을 잘 활용해 청중의 감동을 진심으로 이끌어 내고 뇌리에 강하게 남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전당대회가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 다이나믹하고 할리우드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것은 대중연설의 최고봉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같은 연사들이 보여준 언어의 성찬(盛饌)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는 최근 20대 대선 최종후보 경선으로 막바지 공방이 치열하다. 국정 감사장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설득함에 있어 같은 말도 조사 하나에 느낌이 천양지차다.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 입을 잘못 놀리면 화(禍)를 부르고, 잘 쓰면 복(福)을 부른다.” 한 나라 지도자의 언행(言行)은 인격이자 품격이고 나아가 국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언어에 진심이 담겨 있을 때 비로소 언어로 완성되는 법“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6:3:1인 설득의 3요소 에(E) ᠊ 파(P) ᠊ 로(R)를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