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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자수첩]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야~

박문희 기자 입력 2025.06.05 10:22 수정 2025.06.05 10:29

박문희 기자

영덕군이 대형 산불로 모금하고 있는 이번 성금은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순수한 시민의 선의로 마련된 기금이다. 그렇기에 이 기금이 어떤 기준에 따라,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선 도덕적,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임야는 전소됐지만 주택이나 축사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부 주민들은 산불로 인한 연기와 열기로 가축이 폐사하거나, 농작물이 모두 말라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화재 피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에서 배제되며 피해는 입었으나 증빙이 어렵고, 지원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이들에겐 이중고가 가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각지대가 한 두곳이 아님에도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감정적 지원이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며 산불 피해 성격상 유형별 피해가 다양하고 복합적인 만큼, 앞으로 수립될 성금 배정에 깊이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성금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이자, 사회가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성금 배분 과정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피해 유형을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한 피해 분류 기준과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단발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재건과 회복을 위한 계획과 연계된 성금 사용 방안도 병행 돼야 할 것이다.

현재,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이재민 수는 수백 명에 달하며, 농.축산물과 기반 시설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그 피해의 전모는 단순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아픔을 내포하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가 단지 물리적인 재건에 그치지 않으려면, 공정한 성금 배분이라는 첫 단추부터 바로 꿰어야 한다. 성금의 의미는 '눈물 흘리는 이웃을 향한 손길'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다시 걷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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