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우리 고향인 영덕·청송·영양·울진 등 경북 동해안과 내륙 지역을 휩쓴 산불은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수백, 수천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었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이미 위기에 처한 우리 지역은 또 다른 형태의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살아 갈 길이 막막한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주거 문제와 의식주만 해결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단순한 개개인의 비극을 넘어, 지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영덕·청송·영양·울진은 이미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이번 산불로 인해 농업, 임업, 어업 기반이 무너진다면, 지역의 붕괴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재해 복구를 넘어, 삶을 재건할 수 있는 일자리와 정착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 정부, 경북도, 그리고 각 지자체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제안해 본다.
첫째, 긴급 생계 지원과 주거 재건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 관계 당국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피가 마를 지경일 것이다. 주택 복구와 함께 이재민들에게 임시 거처 이상의 안정적 거주지를 제공해야 한다. 단기 지원금을 넘어, 장기적 재정 지원과 주거안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산업 재건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농업과 임업, 어업 복구를 위한 공공일자리 사업을 단기적으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농업, 산림복원 사업, 재생에너지 산업, 문화관광 등 실현 가능한 산업을 육성해 지역에 새로운 경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일자리 특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재활을 위한 지원금, 창업 지원, 농업·관광·제조·콘텐츠 산업 연계형 일자리 창출을 통해 '떠나는 고향'이 아니라 '새롭게 일어서는 고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 심리적·공동체 회복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재난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 심리 상담과 공동체 복원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주민들이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섯째, 국가 차원의 재해복구특별법 제정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법을 검토해야 한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에 대비한 항구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정부의 재정과 행정 부담을 줄이는 구조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는 복구 그 이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떠나는 고향'을 '살아남는 고향'으로, '지워지는 땅'을 '다시 피어나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경북도, 지자체가 한 몸으로 나서야 한다. 산불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공동체가 사라지면, 우리 지역은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 '복구'를 넘어 '미래'를 지키는 대책이 절실하다. 일자리 창출에 지혜와 의지와 뜻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