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옛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일찍이 봄이 섰다고 입춘을 선언했겠는가? 입춘, 2월 4일은 아직 겨울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말이 맞다. 서야 걸어올 것 아니겠는가? 참 절묘한 발상이요 작명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바야흐로 봄인데 막상 봄을 맞이할 사람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살기가 팍팍해도 마음을 다스리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해 보자. 우선 바람 끝을 잘 재 보고 봄바람의 훈기를 느껴보자 어딘지 모르게 바람 끝이 달라졌건만 온도에만 매달려 그것을 미쳐 느까지 못한다면 그 또한 불행한 일이다. 쌀쌀 하면서도 그 안에 어딘지 모르게 묻어오는 훈기에서 봄내음을 맡아보자. 이왕 사는 한세상 힘들다고 움츠러들지만 말고 즐기고 사는 배짱을 가져보자.
김장 김치에만 매달려 있던 식탁에 봄을 불러오자. 냉이국도 끓이고 봄동도 올려보자. 주방에서 떠나 외식과 배달음식에 익숙해져가는 게으름에서 벗어나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자. 엄마 혼자 지키는 부엌이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 일하는 부엌으로 바꿔 가면서 우리 모두 부엌으로 다시 돌아가자. 봄이 오면 온 식구가 봄나물도 캐고 그것을 식탁에 올려 오붓하게 한상을 차려 먹는 옛날의 두레반을 되찾아오자. 사랑이 깃든 식탁에 마주앉아 가족의 건강을 살려내자.
내 고향 영덕에는 대게가 한창이니 그 또한 큰 복이 아니던가, 봄나물 함께 캐서 식구 밥상 차려 먹고 내고장 찾아오는 고마운 관광객들에게도 고향 내음 물씬한 봄나물 대접해서 인상 깊은 영덕을 선물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 도시 사람들이야 아스팔트 덮개만 밟고 사느라 봄나물 구경하기도 힘들고 마당도 없는 아파트라는 곳에 갇혀(?) 사는 형국이다 보니 시장에서 사다 먹는 봄나물이 제맛이 날리 없고 멋이야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게 메마른 심성에 관광지에 갔다가 풍성한 봄나물을 식탁에서 만난다면 얼마나 고맙고 반갑겠는가?
우리네 부엌에 도마소리 가득할 때 우리들 건강은 춤을 추며 좋아할 것이다. 세상이 편해져서 배달이라는 것이 일상화 되어지고 앉아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말 할 수 없이 다양해져서 그야말로 배달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그러다보니 건강이라는 면에서 볼 때는 안 좋은 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한번 편해지면 그 타성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이제 아예 집에서는 손님 대접은 고사하고 크고 작은 가족 대소사도 아예 외식으로 치르는 일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잦은 외식으로 건강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가계부가 뻐근한 것도 무시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 가뜩이나 살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그 타성은 못 버리고 자꾸 편한 쪽만 생각하게 된다. 이제 전환점을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아아, 봄이다. 그래 간단하게 생각하자. 이번 봄에는 가족나들이로 봄나물을 함께 캐러가자. 발상을 바꾸는 거다. 꽃구경하고 맛있는 것 사먹고 오는 봄나들이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번 쯤은 온 가족이 다 함께 들로 산으로 나가서 봄나물을 캐고 준비해간 사랑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자. 봄바람은 훌륭한 간식이 되어주는 행복한 날이 될 것 같다. 저녁은 그날 손수 캐온 봄나물로 풍성한 식탁을 차리는 거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올봄은 가까운 산이라도 찾아 봄나물을 구경이라도 해 보아야겠다. 손수 캐는 일이 여의치 않다면 서울 주위의 시골 장터라도 찾아가서 싱싱한 봄나물을 사다가라도 봄나물 다운 것을 먹고 즐겨봐야겠다. 그러면서 숙이랑 함께 캐던 봄나물의 추억을 되살려 보아야겠다.
영덕으로 마음은 이미 떠났다. 숙이는 올해도 봄나물을 캐러 가려나? 아마 아직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고향의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니 공연히 눈가가 촉촉해진다. 세월 탓인지 덕인지 모르지만 고향은 언제나 잔잔한 설움이다. 이것이 사랑인가보다. 봄이 오는 소리가 귓전을 살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