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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화룡점정의 한 사람이 있다. 단언컨대 영덕 최고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인 독립운동가 의병장 신돌석 장군이다.
신돌석 장군은 일본 낭인들이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과 조선의 법도를 무시한 채 감행된 단발령에 반발해 처음 의병을 일으켰고, 외교권을 박탈당한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본격적인 의병의 길을 걸은 우리 고장 출신의 의병장이다. 가히 월드컵 감독, 국가대표 축구선수 정도와 비교도 되지 않는 업적인 건국훈장 대통령장 수훈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광복 80주년 3.1 절을 맞이하는 오늘,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과연 우리 고장의 선배이자 조국의 독립운동가인 신돌석 장군을 얼마나 잘 모시고 대접하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신돌석 장군의 후손으로, 또 고향의 후배로서 그 정신을 잘 이어오고 있을까?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불리는 가까운 군위와 비교해보면 쉽게 '아니오'라는 답을 내릴 수 있다. 대구광역시 군위군은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 스님을 알리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삼국유사 테마파크, 일연공원이 바로 그 예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군위 근처로만 가도 삼국유사 터널, 삼국유사 휴게소 등 군위하면 일연, 일연하면 군위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두었다. 영덕 군민으로 아쉬운 점은, 일연 스님과 군위의 인연은 스님께서 타계하시기 5년 전 즈음 군위에 인각사를 중건하시고 여생을 보낸 게 전부라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신돌석 장군은 지금의 축산면에서 출생해 지품면에서 사망하시는 순간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영덕에서 보냈지만 신돌석 장군을 기리고 홍보하는 수단은 5년을 군위에서 보낸 일연 스님보다 턱없이 부족하고 부족하다.
역사적 인물을 기린다는 것은 역사를 기억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을 살리는 마케팅으로도 활용해 지역민들의 생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영덕은 이미 대게와 청정 바다로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열 만큼 훌륭한 곳이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대게뿐 아니라 신돌석 장군의 업적, 나아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알고 싶어 영덕을 방문한다면 올 초 김광열 군수가 내세운 1천 500만 관광객 시대도 머지않아 올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신돌석 장군을 기억하는 행위는 단순 과거를 기리는 것과 영덕의 홍보를 뛰어넘어 법치와 정의가 무너진 요즘 세상에 올바른 정신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교육하는 미래의 사업이기도 하다. 이것이 신돌석 장군을 기억해야 할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3월이 시작될 때, 그때 부랴부랴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만세를 부른다고 신돌석 장군의 항일 정신이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일본에 저항했던 그 깊은 정신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 고장의 선열을 잘 모시고 역사를 정확하게 보는 것에부터 출발해야 한다. 늦어 면목 없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후손들의 책임이자 임무다.
이렇게 되기까지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나부터 부끄러움을 느끼며 난 오늘도 부끄럽게 태극기를 펼친다. 그리고 난 오늘도 신돌석 장군의 정신을 위반하는 고향 영덕을 슬프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