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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고향신문 기자 입력 2025.01.23 13:47 수정 2025.01.23 13:51

얼마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한 서울서부법원에서의 지지자 난동 사건을 알리는 뉴스 속보가 연일 터졌었다.
 

뉴스 내용 중 유난히 필자의 기억에 남은 선명한 장면 하나가 있었는데 법원 앞에 세워져 법을 상징하는 디케라는 여신의 형상물이었다. 법원에서 처참히 부서져 있는 모습이 오래 눈에 남았다. 법원으로 난입한 사람들의 손에 의해 법을 상징하는 그 디케의 여신 상징물이 깨지고 내동댕이 쳐졌다. 그 모습은 지난 2024. 12. 3.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국가 위기 상황을 너무나 지리멸렬한 대목으로 내 눈엔 강하게 비쳐졌다.
 

디케라는 여신은 원칙과 질서를 수호하는 정의의 여신으로 통한다. 신화 속 정의의 여신 디케는 정의가 훼손된 곳에는 재앙을 내린다고 한다. 이 정의의 여신 디케는 양쪽 눈을 가리고 한 손엔 저울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은 공평무사함을, 칼은 법 집행의 준엄함을 뜻한다.
 

처참히 깨지고 훼손된 그 여신 형상물은 눈은 크게 뜨고 한 손엔 저울, 한 손엔 법전을 들고 엎어져 있었다.
 

서양에서는 선악을 판별하여 벌을 주는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는데 눈이 가려진 이유는 법과 정의를 실현할 때 사건 관련자와 거리를 두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상징물 표현의 차이점이 조금 있기는 하나 이는 둘 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 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울을 들고 있는 디케의 모습은 심판을 내리기 전에 특정 사안에서 상반되는 두 개의 입장을 충실히 듣고 엄밀히 형량하라는 것을 뜻한다. 또 한 가지는 양날의 검이다. 이는 형벌권을 남용하는 자는 언젠가는 자신이 휘두르는 칼날에 다치게 될 것임을 뜻한다. 언젠가는 자기 자신의 자유를 제약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게 됨을 상징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등장한 대통령은 국민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자주 언급하였다. 자유라는 단어! 우리 민족 대대로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얼마나 빛나는 단어인가.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를 자주 부르짖던 우리의 대통령은 어느 밤 문득 법치와 불법이라는 단어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불법적 탄핵을 일삼아 입법 폭주를 거듭했기 때문에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 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리멸렬한 현실로 치닫고 있다. 달콤한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해칠 생각만이 있었는가.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었는가 묻고 싶다.
 

국민들의 생각이 단절되고 신성한 법원 내부까지 문을 부수고 창문을 뜯고 들어가 구속판결을 한 판사를 찾아내겠다며 살해를 경고하고 무차별 폭력이 벌어지고 무질서한 상태로 정치적 혼란이 파행되고 있다.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잘못을 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이로움을 돌보느라 의로움을 망각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대통령, 놀라운 정치적 사건들이 한 국가의 리더로 인해 거듭 생겨나니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행복하지가 않다. 극적인 몰락의 시간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가.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도구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가진 도구가 망치뿐이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매슬로가 말한 것을 가만히 들어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는 봄을 기다릴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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