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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신문=기자수첩]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충격

조원영 기자 입력 2024.12.06 16:35 수정 2024.12.14 09:42

↑↑ 고향신문 조원영 기자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약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한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충격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장갑차와 국회 상공을 비행한 헬기. 마치 영화 서울의 봄 시즌2를 연상케 하는 이 초현실적 장면은 1979년 12월의 계엄 이후 4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소식은 한밤중의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한국 정치의 혼란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번 사태는 정치적 충격을 넘어 경제적 여파로도 이어졌다. 계엄 선포와 해제 소식은 금융시장에 즉각 반영되어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며 급등락을 거듭했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혼란에 빠졌으며,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는 진리를 또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국제 사회의 시선도 싸늘하다. 민주화의 모범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이 이번 사건으로 크게 실추되었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사태가 아니라 한국 정치 구조가 안고 있는 깊은 병폐의 결과로 읽힌다. 국민의 삶을 돌보는 대신 권력투쟁에 몰두하며 민심과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정치권의 모습이 비상계엄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지나간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이 사태를 교훈 삼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시민들이 느낀 두려움과 분노를 진지하게 되새기고, 이를 치유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협력과 대화를 통해 민생 안정과 국가 안보라는 정치의 본질적 과제에 집중해야만 한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번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로 기록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반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두려워하고, 그 신뢰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은 더 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비상계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려면, 이제는 진정한 국민 중심의 정치로 변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권이 이를 잊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아픔을 넘어 성장의 밑거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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