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사회에 떠도는 소문들이 자못 심각하다. 지역 민심을 흔들어 놓은 원인의 출처가 개인의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에서 활동한다는 어느 한 작가의 작품관을 국비와 도비, 군비를 끌어모아 거창하게 지으려는 모양이다.
소문의 골자는 몇몇 인사의 야합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개인 기념관을 영덕풍력발전단지 내에 건립하겠다며 여론 조장을 일삼고 있다 한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이라는 군 재정 상황을 무시하면서 혈세로 개인 기념관을 짓겠다는 무개념에 군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주에는 솔거미술관이 있다. 2008년 청도 출신 P화백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2012년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아평지 연못가에 첫 삽을 뜬 후, 우여곡절 끝에 2015년 8월에 '경주솔거미술관'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한 공립미술관이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따 '경주솔거미술관'으로 명칭이 정해졌다. 애초에는 P화백의 아호와 이름이 붙은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되어 있었다. 위치도 아평지 주변이 아니라 접근이 용이한 시내 예술의 전당 주변이었다고 한다.
P화백의 이력은 특이하다. 미술 비전공자였지만 1980년 초,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S창업자의 눈에 든 인연으로 승승장구했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창작 생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자 작가로서의 능력이 일취하여 단숨에 유명화가의 반열에 올랐다.
쉰을 넘자 서울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경주에 정착하면서 개인 미술관을 경주에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경주에 기반을 둔 문화인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유는 명료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주에 개인 미술관을 짓겠다는 자체를 지역 문화인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동안 일구고 지켜 온 지역 출신은 외면하면서 외지인을 위한 개인 기념관을 짓겠다는 행정을 혈세낭비로 본 셈이다. 향토 출신 작가들의 예술품을 전승 보존하는 '복합예술문화관' 건립이 우선이라며 지역 여론은 급변했다. 결국 P화백의 개인 미술관은 무산되었고, 명칭을 바꿔서 애당초 절반도 못 미치는 규모의 미술관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공립으로 건립된 개인 문화관이 성공했다는 사례가 드물다. 멀리도 아닌 인근 지자체에서 군립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이나 문학관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관리·유지 보수에만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어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한다. 개인 기념관으로는 취지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복합 콘텐츠로 채워졌을 때 관객들의 호기심이 자극되어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개인 기념관 건립은 매우 신중해야 할 문제다. 영덕의 예인들은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를 관통하면서 예(禮)와 예(藝) 굳건히 지키며 발전시켜왔다.
현재의 향토 문화·예술인들은 영덕의 후예라는 자긍심에 걸맞는 창작활동을 펼치며 많은 업적을 쌓고 있다. 다른 지역의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서 영덕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을 한 곳에 모으는 '영덕복합예술문화관'으로의 방향 설정이 최선의 선택이다.
영덕의 열악한 살림살이에 기생하여 개인의 기념관에다 영욕을 갈아 넣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영덕을 사랑하고 아끼는 '영덕인'이라면 개인의 욕심은 버리고 영덕을 함께 가꾸며 백년지계(百年之計)를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