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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생각으로 끝나면 결과가 없기에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세상에 우리 모두는 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생각과 느낌이 정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졸작 자작시를 시집에서 찾아 다시 읽곤 한다. 「살아 있는 날들의 슬픔」이라는 제목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날마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살아 있다는 느낌표를 찍는 것이다./마침표 대신 쉼표를 섞어가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허리를 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다.’/라는 시행이 새삼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원룸 집을 나서면서 마음은 편치 않았다. 반지하 원룸을 구한 딸이 아빠/엄마를 배웅한다고 언덕 위 원룸 문간에서 손을 흔들 때까지는 참았다. 자동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아내가 먼저 눈시울을 적신다. 30년 이상 교직생활을 했지만, 자식들에게 반지하 원룸 한 칸을 얻어주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나도 마음이 착잡했다. 없는 것의 설움이 아니라, 시대의 바람이 나를 울게 만들었다. 자꾸 눈물이 나서 청송에 도착한 후 딸에게 전화하여 네가 원룸 집 언덕에서 손을 흔들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눈물을 그칠 수가 없다고 하자, 딸은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비록 반 지하 원룸에서도 저는 씩씩하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화 저 편 딸의 목소리가 개울물 소리가 되어 내 귓전을 스친다.
수십 억대를 넘나드는 아파트 시세, 아파트 전세도 수억대다. 의식주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토대인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이런 기본 틀이 부서지고 있다. 노동의 대가는 삶의 윤택함인데, 잘 곳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굳이 이 지면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거가, 논제로 삼자는 것은 아니다. 가진 것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무지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해안에는 연일 강풍 특보가 내렸다.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아침저녁은 아직 꽤 쌀쌀하다. 낮과 밤 기온차가 심한 요즘이다. 겨울이 가고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 서 있지만, 우리 마음의 진정한 봄은 아직 멀리 있다. 배드민턴 중학교 특기생인 학생 한 명이 훈련 중 무릎을 다쳐 목발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내가 말했다. ‘거추장스런 네 발 대신에, 빨리 두 발로 일어서서 대회에서 우승하자고.’ 우리가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거추장스런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봄이 오는 것이다.